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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부산 대구 경상

[경북 안동]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 예끼마을 1 - 선성수상길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 예끼마을 (2023.11.04. 토)

예 (藝)끼마을에 들러 봅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이나 경상북도교육청 안동학생수련원과

큰 도로(35)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 마을입니다.

 

 

예끼마을

예끼마을(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은

1976년 안동댐 수몰로 인해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댐 주변 고향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옮겨오면서 생겨난 마을로

수몰민의 설움과 애환이 깃들어 있는 마을입니다.

 

이곳은 옛 예안면(조선시대 예안현)의 중심이었고

한국 유학의 거두인 퇴계를 비롯해 많은 문인을 배출한 한국 문화사의 중심이자

안동부와 함께 안동 문화권을 만들어 온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안동댐 수몰에 따른 행정구역 변경으로 지금은 도산면에 속하지만

이 곳 사람들은 여전히 이 곳을 예안이라 부른답니다.

지금도 예안교회, 예안이발관, 와룡농협 예안지점 등

마을 안 여러 가게 이름에서 예안을 만나게 된답니다.

이곳의 옛 지명인 선성도 찾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예안'이라는 지명은 많이 들은 이름인데,

퇴계 이황이 만든 예안향약이 생각납니다.

성씨에도 예안이 들어간 성씨들이 있고요.

예안 이씨, 예안 김씨.

 

 

한국국학진흥원 앞 큰 도로(35)에서 맞은편의 예끼마을로 들어서서 얼마 가지 않아

선성현아문이라 쓰인 대문을 만나게 됩니다.

예전에는 선성현아문-예안면사무소-도산면 서부리 출장소로 쓰였나 봅니다.

안에는 장부당 카페근민당 갤러리가 있고,

마당에는 예안 3.1운동지 표지석이 있습니다.

 

 

장부당 카페와 근민당 갤러리입니다.

좀 일찍 갔더니 문이 닫혀 있네요.

이날 갤러리는 '이영순 초대전'이 오후 2시에 오픈한다고 되어 있어서

아쉽지만 전시는 못 봤고요.

근민당 갤러리는 안동댐 수몰 전까지 예안면사무소 서부리 출장소였던 건물과

그 부속건물로 사용하던 한옥을 옮겨와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네요.

 

 

마당 한 켠에는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에 대한 내용을 소개해 놓았네요.

예안 3.1운동지라는 표지석과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전국을 뒤흔들었던 3.1운동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네요.

전국에 견주더라도 안동은 독립운동가들이 많은 걸로 유명하지요.

철탑 예안지역 의용소방대가 망대로 사용하던 것이라고 합니다.

 

 

요즘 마을들에 많이 보이는 벽화거리~

예끼마을에도 골목 벽화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트릭아트와 함께 골목길을 즐겨도 좋습니다.

 

 

이 지역에는 안동댐이 들어선 직후까지만 해도 약 400여 가구가 있었답니다.

당시에는 안동 경유 대구를 왕복하던 직행 버스도 다녔다고 하니

그 시절 예안의 위상을 짐작케 되네요.

머지않아 주민수가 급감했다고 하는데,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이 많아졌고요,

마을을 지켜오던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시골 마을이 되었답니다.

 

이후 2011년 국책사업인 3대 문화권 사업의 하나로

‘선성현문화단지 조성사업’이 추진되면서

2014년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사업'이 시작되었고

마을의 분위기가 점차 바뀌면서

다시 생기와 활력을 되찾게 되었다네요.

오래된 좁은 골목의 담에 벽화로 생기를 불어넣고

빈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갤러리를 만들었다죠.

예끼마을은 옛 가게들, 새로 생긴 카페와 갤러리들이

신구의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이에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봅니다.

선성현 문화단지 종합안내도입니다.

 

 

예끼마을 투어로는 

옛 선성현 관아를 복원해 여러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선성현문화단지,

안동호의 풍광을 즐기며 물 위를 걸어보는 선성수상길,

전통 한옥에서의 잠자리와 휴식이 가능한 선성현한옥체험관이 있습니다.

또 송암고택, 용암정, 예안향교 등도 돌아보면 좋겠지요.

안동 도산권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곳이랍니다.

 

 

선성현 문화단지 들어가기 전에 위치한 이곳은 민가촌입니다.

숙박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지요.

 

 

이런 포토존도 마련해 놓았네요.

 

 

안동 선비순례길 1코스 안내도예요.

이곳은 그 중 선성수상길 입구고요.

선성현 문화단지를 먼저 가려다가 수상길부터 가기로 합니다.

 

 

바로 저 수차 같은 것의 정체가 얼른 알고 싶어서였죠.

보통 바다 새우양식장에서 보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데, 뭘까요?

 

 

선성현 문화단지와 선성수상길

 

 

 

선성수상길

안동호 위에 부교를 띄워 조성한 산책로로 안동 선비순례길 1코스에 해당하며

예끼마을이 있는 서부리와 산책길 끝에 자리한 동부리 안동호반자연휴양림을 잇는 다리이지요.

도산면보건지소 주차장에서 시작해 데크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선성수상길로 접어듭니다.

선성수상길의 길이는 약 1km, 폭은 2.7m.

오가는 사람이 교차해서 걸을 수 있을 만큼 폭이 넉넉하고 안정감 있다고 하네요.

 

선성수상길로 들어섭니다.

호반에 물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네요.

 

 

물안개가 낀 날은 구름 위를 걷는 듯하고

화창하게 맑은 날은 잔잔한 수면에 그대로 반사되어 소금호수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날씨에 따라 서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선상수상길에 대한 설명이 있군요.

안동호의 수위 변동에 상관 없이 수상을 걸을 수 있는 부교(浮橋)라고요.

이 다리를 건널 때 가라앉을 염려는 없겠네요.

안전수칙을 지켜서 이용하라는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시점부 도교는 수위가 낮을 때는 경사가 급하므로 주의해서 천천히 내려가야겠네요.

 

 

수차가 돌아가는 게 무엇 때문인지 궁금했는데,

바로 부유물 제거작업 중이로군요.

멀리서 보고는 뭔가 했습니다. 

 

 

 

선성산성공원 방향입니다.

 

 

부교 양쪽으로 부지런히 작업 중이네요.

 

 

선성현 문화단지와 선성산성 공원을 연결하는 다리

 

 

이 부교는 안동호반자연휴양림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수상길을 반쯤 걷다보면 다리 한가운데 풍금과 책걸상이 놓여진 곳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 전에 옛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자리랍니다.

댐이 생긴 이후 학교는 한국국학진흥원 옆으로 이전되었으나

이후 학생이 줄다가 없어지며 폐교되었지요.

이곳에 교가와 학생들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을 전시해 두었네요.

 

 

예안국민학교의 시작은

1909년 4월에 이인화(李仁和)가 후진양성을 통한 국권회복을 목적으로

사재를 투입하여 사립선명학교로 설립한 것이로군요.

이후 개칭을 거쳤으며

안동댐 수몰지구가 되어 이전하게 되었고

이후 학생수가 줄고 없어 폐교가 되었네요.

이 학교 출신에게는 수몰의 역사, 폐교의 역사를 지닌 아픔이 아주 크겠습니다.

 

 

교가 악보.

수몰의 아픔을 겪은 이 학교 졸업생들은 어릴 때 불렀던 교가가 잊혀지지 않겠지요.

예전에는 교가를 엄청 불렀었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지금도  옛 국민학교 교가를 외우고 있답니다.

동창회에 나가보면 대부분의 친구들이 교가를 알더라고요.

교육의 힘이란 참 대단합니다. 

 

 

학생들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9장.

수몰 전에 이 학교를 다니고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만 남아있는 사진들이네요.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애잔해집니다.

 

 

수몰 전 항공사진이 옛 시절 위치를 알려줍니다.

빨간색 글씨는 수몰된 곳.

용암정과 송곡고택은 더 북쪽으로 이건하였네요.

예안국민학교는 한국국학진흥원 옆으로 이전했고요.

안동 석빙고와 선성현 객사는 안동시립박물관 야외로 이건했네요.

 

 

농암종택을 이루는 여러 건물들과 농암각자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들은 지금은 도산면 가송리에 분강촌을 이루고 있지요.

군자마을의 고택들도 안동댐 건설로 이건(흰색 글씨)했습니다.

워낙 고택들이 많은 안동지역이라 수몰 위기에서 이건한 건물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밑에 잠긴 이 마을은 당시 안동시 예안면 소재지였지요.

당시로서는 참 대단한 마을이었는데,

주민들의 반발과 아쉬움이 대단히 컸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옛 사진만 남아 흘러간 시절을 보여주는군요.

 

 

내가 살았던 동네는 아니지만 사라진 것에 대한 아스라함이 왠지 모를 아픔을 안겨주네요.

'이 아래에 온 동네가 가라앉아 있구나' 싶으니 울컥해집니다.

고향을 잃은 이들의 슬픔은 얼마나 더 클까요?

 

 

안동호반자연휴양림쪽으로 더 걷다가 돌아옵니다.

강물 속 녹조현상이 심각하긴 하네요.

 

 

옛 예안면 소재지와 주변이 잠겨 있는 선성수상길을 잘 돌아보았습니다.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숨겨져 있는 곳~

이제는 새로운 문화 창조지로 거듭난 마을이네요.

(2023.11.04.토)

 

 

 

* 내일부터 며칠 티방 비웁니다.

다녀와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