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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부산 대구 경상

[부산 동구] 이야기꽃으로 피어난 부산의 역사와 문화, 초량이바구길

부산 초량이바구길~

전부터 돌아보고 싶었던 곳이다.

부산역 맞은편 골목길의 옛 백제병원, 탑마트 건물이 있는 남선창고 터를 기점으로

담장 갤러리 및 동구 인물사 담장, 168계단, 김민부전망대, 이바구공작소,

장기려 박사 기념 더나눔, 유치환의 우체통, 까꼬막까지 약 1.8km의 길이다.

부산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이곳도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해방 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난민의 터전이었던 때,

산업이 발달했던 70~80년대를 거치며

현재까지 부산의 역사가 이어지는 곳이니

지난한 부산의 역사를 다 간직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초량 이바구길의 모노레일
초량 이바구길 담장 갤러리

 

초량이바구길

지난 여름, 걸어본 초량이바구길 이야기...

날은 흐렸고, 비도 오락가락, 강풍주의보까지 있던 날이었다.

몸은 피곤했지만 멀리까지 갔으니 죽치고 들어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가볍게라도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부산역 맞은 편 골목길(중앙대로 209번길)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초량이바구길 걸어보기 시작~

이바구길 입구에서 바라본 부산역
부산역 맞은편의 초량이바구길 안내도
부산역 맞은편 중앙대로 209번길. 첫번째 만나서 가로지르는 거리는 텍사스 스트리트. 직진으로 조금 걸으면 오른쪽에 구 백제병원
텍사스 스트리트 안내도

 

구 백제병원

1927년 지어진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

1932년 병원 문 닫은 후 중국 요리집, 일본 부대 장교 숙소,

해방 후 부산치안사령부와 중화민국 임시 대사관,

1953년 신세계 예식장으로 쓰임,

1972년 화재로 5층 부분 철거,

현재 4층의 상가 건물.

1층 카페, 2층 이상~ 수리 중인 곳도 보였다.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구 백제병원을 만난다. 
구 백제병원. 건물 아랫부분은 돌, 위로는 벽돌 마감

 

 

남선창고 터

구 백제병원을 끼고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탑마트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함경도산 명태 등을 보관하던 남선창고 터이다.

바로 부산 최초의 창고가 있던 자리다.

1900년 부산 최초의 창고인 북선창고가 건립됨.

1926년 남선창고로 개명.

2009년에 남선창고는 철거되고

현재 적벽돌로 쌓은 담장만 남아 있다.

탑마트 주차장 안쪽으로 옛 남선창고의 적벽돌 담장이 남아있다.

탑마트 주차장. 안쪽으로 옛 담장
탑마트 주차장
현재의 탑마트(남선창고 터). 왼쪽 거리 안쪽으로는 초량전통시장
탑마트 주차장 (남선창고 터 담장만 남아 있다)

남선창고 설명
남선창고 설명

 

남선창고 터를 돌아나와 다시 초량이바구길 걷기를 이어간다. 

이바구사진관도 오래된 건축물이라네...

오거리를 만나 길을 건너고

늘푸른포스트빌아파트와 폴라리스타운오피스텔 사이의 골목길로 접어든다.

본격적으로 구부러지고 비탈진 골목길을 만날 모양이다.

이바구길 사진관 앞을 지나 이정표를 보면서...
어지럽게 늘어선 전깃줄 등이 낙후된 모습을 보여준다.
오거리에서 횡단보도 건너 골목길로~
고갯길 같은 곳~ 초량 이바구길 이정표를 따라...

 

담장 갤러리

구부러진 골목길의 담장 갤러리를 만난다.

담장 갤러리의 사진과 시를 보면

어려웠던 지난 날 피난민과 노동자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산동네와 골목을 조명하는 사진들, 조그만 구멍가게들의 이야기가 옛 사연을 담아낸다.

초량이바구길 담장 갤러리

담장 갤러리
담장 갤러리의 끝~

 

초량초등학교

담장 갤러리를 지나 계단 언덕을 올라서면 초량초등학교가 우뚝 서 있다.

1937년 설립되었다니 8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

나훈아, 이경규, 박칼린이 다닌 학교.

건물 뒤로 층층이 올라선 집들이 학교를 지키듯 내려다보며 서 있네...

부산 초량초등학교. 잠시 보안관님과 얘기를 나눈다.

 

다시 이바구길 구간 걷기 이어가기~

초량초등학교 담장에 동구 관련 인물들이 소개되고 있다.

초량초등학교 담장(동구 인물사 담장)과 초량교회

 

동구 인물사 담장

부산 동구 출신으로 독립운동가 박재혁, 정치가 허정, 시인 김민부, 가수 나훈아 등...

의사 장기려, 정치가 박순천, 시인 유치환 등도 동구에서 활동한 인물...

동구 인물사 담장 초입의 이바구길 안내도

초량초등학교를 끼고 동구 인물사 담장이...

83년의 역사를 지닌 초량초등학교. 초량초 출신 스타들을 소개하고 있네...

 

초량교회

동구 인물사 담장 맞은편에 초량교회가 있다.

초량교회는 1892년에 한강 이남에 세워진 최초의 교회.

3.1운동 영남지역 거점교회, 주기철 목사 신사참배 거부,

1936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방문한 곳이기도 하고,

한국전쟁 당시 피난 시절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예배를 보기도 했던 교회이다.

초량교회
미국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에 의해 1892년 설립된 초량교회.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
초기에는 선교기지 내 한문서당을 개설해서 학생들을 모집했단다.(1895년 봄)
초량초등학교 동구 인물사 담장과 초량교회 담장의 이야기들을 보며~

 

이바구정거장

동구 인물사 담장과 초량교회 골목을 지나 언덕길을 다시 오르면

이내 이바구정거장에 다다른다.

쉼터 역할을 하는 곳...

캐리어 보관소도 있네...

쉼터 역할을 하는 이바구 정거장. 건물 옆 작은 야외 쉼터와 캐리어 보관소. 할머니 몇 분이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소림사 방향. 이쪽 담벽에도 갤러리가 조성되어 있다. 부산항 개항부터 현재의 슬로시티 동구에 이르기까지를 알려주는 자료... 
1876 부산항 개항, 1884 청관거리, 1892 초량교회, 1905 경부선 개통, 1968 부산역 신축, 2008 북항재개발, 2015 국제여객터미널 준공
다시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지는 초량 이바구길. (왼쪽으로 이바구 정거장. 오른쪽으로 소림사 가는 길 있는 곳)
이바구정거장 옆 계단을 올라가면 168도시락국 식당이 보이고, 옆으로 168계단 모노레일과 김민부전망대 이정표가 보인다.

 

168계단

168도시락국 식당 옆을 끼고 걸음을 옮기니

까마득해보이는 가파른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저곳이 168계단~

산복도로에서 부산항까지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

지상 6층 높이에 해당되는 가파른 계단길로 경사가 45도나 된다.

계단 아래에 우물이 1개 남아있다.

주변으로 다닥다닥 붙어선 집들~

예전에는 더했겠지......

이곳을 터전으로 해서 살던 사람들은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에 일거리를 찾아 이 계단을 뛰어내려왔단다.

바라보기만 해도 아찔한 저곳을~~~

168계단을 만난다. 비가 부슬부슬. 우리보다 앞서 몇몇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계단을 오르고 있네...
피난민의 고단한 삶이 녹아 있는 가파른 계단길. 계단 아래 왼쪽에 우물, 오른쪽 건물은 모노레일 승강장

 

모노레일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힘든 주민들을 위해

2016년에 계단 옆으로 선로 약 60m, 경사 33도의 모노레일이 설치되었다.

승강장은 세 곳(168계단 입구 하부 승강장, 중간 승강장, 상부 승강장).

우리 같은 여행자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가 간 날은 강풍으로 운행금지였지만......
상부에 오르면 부산항과 산복도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모노레일 승강장. 아쉽게도 이날은 강풍이 분다고 운행하지 않았다.

 예전에 400여 명의 주민들이 이용했다는 공동우물
새로 생긴 모노레일 승강장

168계단 중간쯤 못미처에서 김민부 전망대 가는 길. 모노레일이 보이는 모습. 뒤로 보이는 건물은 이바구 벤처캠프. 

이바구 벤처캠프
마을 거점시설들의 어려움 해결 지원센터 역할

 

김민부 전망대

부산 동구 출신의 시인 김민부를 기리는 전망대이다.

김민부는 고2때 첫시집 '항아리'를 펴냈으며

잘 알려진 가곡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가이다.

 

기다리는 마음 / 김민부 작사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빨래 소리 물레 소리에 눈물 흘렸네.

 

봉덕사에 종 울리면 날 불러주오

저 바다에 바람 불면 날 불러주오

기다려도 기다려도 님 오지 않고

파도 소리 물새 소리에 눈물 흘렸네.

김민부 전망대. 벽에 '기다리는 마음' 시. 

김민부 전망대
이태수 作 'floating stone(2019)'

김민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김민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부산역과 부산항대교가 바라보인다.
김민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비가 조금 내리고 구름과 안개가 심했다.
168계단 주변을 표현한 벽갤러리를 보며...
다시 168계단을 오른다. 계단에 조성된 집 조형물이 인상적이다. 장난감 같은 집... 오랜 삶의 흔적을, 조금씩 변해 온 집의 행적을 대변하는 것 같다.
강풍으로 운행 중지 중인 모노레일. 외국의 여행지에서나 만날 법한 모노레일 같은 느낌이 들어서 반가웠다.

비가 그쳐서 그나마 다행이다.

모노레일 중간 정거장. 신문 배달 소년이 이른 새벽을 깨우며 신문을 돌리는 장면 조형물.
김민부전망대쪽으로 내려다보며...
모노레일 선로. 탈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모노레일 중간 정거장. 부두 노동자와 신문배달 소년 조형물. 이곳을 관리하시던 할머니께서 우리가 못 탄 것을 아쉬워해 주셨다.

당시에 강풍으로 운행 중지 중인 모노레일...
이바구놀이터 왼쪽이 168계단

 

모노레일 상부 승강장 전망대 입구를 테이프끈으로 막아 놓았다.

끈 아래로 들어가면 전망대에 설 수 있겠지만

억지로 들어가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싶어서 그만 두었다.

김민부 전망대에서, 산복도로 전망대에서 느끼면 될 일이니......

이어서 당산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당산-이바구공작소-장기려 기념관 등으로 이어갈 생각을 하면서...

당산과 장기려 기념관 가는 갈림길

당산 가는 오름길
이바구충전소. 명란셀프쿠킹 체험하는 곳...

 

당산

초량이바구길에 마을의 수호신인 당산신을 모신 제당이 있다.

할배(할아버지)제당과 할매(할머니)제당...

이바구충전소 왼쪽길로 오르면 당산이 나온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보증이라도 하듯 우거진 나무숲이 반긴다.
당산 할머니와 당산 할아버지를 모신 제당

당산 할머니와 당산 할아버지를 모신 제당
당산 할아버지 제당
당산 할머니 제당
당산 할머니와 당산 할아버지를 모신 제당

 

망양로에서...

당산을 지나 망양로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 금수사, 유치환 우체통 쪽부터 용두산 부산타워 방향으로 주욱 바라본다.

비가 오락가락하여 전체적으로 전망이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구불구불한 산복도로와 산허리에서부터 아랫쪽으로 내려가며 계단식으로 눌러 앉은 집들이

너도나도 사이좋게 어우러져 머문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부산역, 부산항대교, 영도 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이바구공작소 위의 버스 정류장. 주변에 이바구길 안내도, 발품으로 그린 산복여지도(걸어서 볼 수 있는 지도)도 안내해 놓았다.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모습. 부산고등학교 주변
산복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본 부산역, 부산항, 부산항대교
영도도 보인다.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도 모습을 보이네...

 

이바구공작소

이바구공작소는 산복도로 생활자료관이다.

1층은 교복 등 체험장, 2층은 이바구길의 역사외 이야기가 담긴 전시관, 위층에는 전망대.

산복도로 전망대에서 부산항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주욱 바라보고는

교복 교련복 체험장을 지나쳐 전시관으로 들어간다.

이바구공작소 전시관. 다른 분들이 계셔서 대충 안쪽을 찍어 본다.
부산의 역사 이야기(근대 개항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용 전시)
이바구 공작소 전시관. 부산의 역사 이야기(근대 개항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용 전시)
산복도로의 탄생 이야기
산복도로 풍경
산복도로 사람들
초량이바구길 지도를 다시 보니 아직 걸어야 할 거리가 제법 된다.

 

아직 남은 길(장기려 기념관-유치환 우체통-까꼬막)은 다음으로...

아직 걸을 길이 많이 남았는데,

많이 지쳐 있는 상태여서 더 걷자고 할 수 없어

여기(이바구공작소)서 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300m 거리에 장기려 기념관이 있으니 거기까지만이라도 들르자고 했건만

더이상 못 걷겠다며 먼저 내려가니......  

남겨둔 길을 뒤로 하고 다시 168계단을 내려가며... 

남은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더 살펴보고 싶었는데,

결국 초량이바구길을 다 돌아보지는 못 했고,

이바구공작소까지 돌아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아마 혼자 갔으면 어떻게 해서든 끝을 보았었겠지만

동행자가 있으면 마음 먹은대로 다 할 수 없는 현실이 기다리기에......

다음에 부산을 방문하게 되면 못 걸어본 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의 뜻도 기리고,

유치환 우체통에서 그때 못 쓴 편지도 한 통 써 볼 일이다.

(2020.8.6.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