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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강원

[강릉] 26년 동안 3,000개의 돌탑을 쌓은 사연, 노추산 모정탑

[강릉] 26년 동안 3,000개의 돌탑을 쌓은 사연, 노추산 모정탑


   

노추산 모정탑과 움막

(2018.7.29.일)


무더웠던 지난 여름,

정선 구절리 오장폭포를 지나 강릉 노추산 모정탑을 찾아간다.

내내 마음만 먹고 가 보지는 못했던 곳~

모처럼 시간 맞추어 가게 되었다.


 

 

송천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걷는다.

다리를 건너니 이내 돌탑이 보이고

캠프장 오름 계단과 노추산 모정탑길 갈림길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1km니 산책삼아 걷기 딱 좋은 거리~

산책로 입구의 돌탑군은

네 사람들과 이곳을 찾은 이들이 함께 쌓은 것...


노추산 모정탑 이야기

시집 와서 4남매를 준 차순옥 여사~

계속되는 우환에 시달리던 중

꿈에 나타난 산신령의 계시로

26년간 3,000개의 돌탑을 쌓았고

그 후 찾아온 집안의 평화...


내용만 읽어 보아도 참으로 대단한 모정이다.

차순옥 여사의 피땀이 서려있을 모정탑~

우리는 그것을 볼거리로 생각하고 가다니...

참으로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모정탑 시비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용수골 출신인

권오성님의 시조를 새긴 비이다.

모정탑~ 기적 같은 공적을 기리는 시조...






이내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를 만나게 된다.

희미하게 흔적만 남은...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
율곡 이이가 노추산에서 학문을 닦으며 쓴 글을 새긴 비로

비석에 쓴 글은 훼손되어 희미하게 남아있다.

구도장원(아홉번 장원급제)을 한 율곡 이이의 기운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웠단다.

어쨌거나 마음이 중요한 거니

이곳을 찾은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율곡 선생 구도장원비를 지나면

명품 금강송 군락 사이 산책로가 이어지고...


 

금강송 군락 사이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대기리 마을회에서 조성한 노추산 모정탑길비를 만나게 된다.


돌탑을 쌓은 차순옥 여사가 생전에 대기리 주민들에게

돌탑 관리를 부탁하였고,

현재 대기리 마을에서 유지, 관리하고 있다는 내용...


강릉 노추산 삼천 모정탑

국가산림문화자산이므로 훼손하지 말라는...

한 여인의 애환과 노고가 남아있는 돌탑군이

이제는 문화자산이 되어 남게 되었네...


이날은 비가 살짝 오락가락했다.

우산을 꺼냈다 접었다...

대신 더위가 조금 덜하니 다행으로 여기며...


 

송천변 바위에 누군가가 올려놓은 기원탑들~

모두의 바람대로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노추산 모정탑

강릉으로 시집간 차순옥 여사는

슬하에 4남매를 두고 살았으나

언제부터인가 집안에 우환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돌탑 3,000개를 쌓으면 집안에 우환이 없어진다는

신비한 꿈을 꾸게 되었다.

돌탑을 쌓을 장소를 찾던 중

율곡 이이 선생의 정기가 서려있는 이곳에서

26년간 돌탑 3,000개를 쌓았다.

돌탑이 늘어날수록 집안은 평온을 되찾았고

2011년 9월, 향년 66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모정탑길 입구 안내도에서)


훼손하지 말라는 문구와 함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여기서부터 차순옥 여사가 쌓은 돌탑이고,

돌에 쓰인 숫자와 이름은

차순옥 여사가 기도하며 쓴 것이란다.


500m 구간에 이런 돌탑길이 이어진다.


 

아이들과 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분들도 보이고,

노추산 이정표도 만난다.


여린 여자의 몸으로 돌을 지고 나르고 탑을 쌓았을 애절함~

26년 동안 이 노추산 계곡에서 3,000개의 돌탑을 쌓았을

고 차순옥 여사의 애절한 사연을 생각하며

노추산 모정탑길을 걷는다. 


그 모정탑길에서 나의 흔적을 남겨 본다.


오름길, 내림길이 표시된 곳을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오름길, 내림길을 지켜야 한다.

왼쪽으로 보이는 내림길이 매우 좁아서 

서로 마주치게 되면 서로 피하기 어려우므로... 


 

오른쪽 오름길을 따라 오르면 돌탑들이 모여있는

순환지점을 만나게 된다.

올망졸망 모여있는 귀여운 탑들~~~

차순옥 여사에게는 보물보다도 더 귀한

자식들이었을 것이다.


돌탑 오름길 순환지점에서...

'나도 노추산 정기를 좀 받아보자.'


순환지점을 지나 나무계단길로 내려가서

개울 건너편 돌탑군을 배경으로...

저곳 가장 위쪽에 차순옥 여사의 움막이 있다.


개울 건너편 돌탑군


순환지점을 지나 나무 계단을 아래로 내려가면 개울을 만나고

그 개울을 건너면 그곳에도 돌탑들이 가득하다.

이쪽에 차순옥 여사가 지은 움막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개울에도 많은 돌탑들이 보이는데,

이곳을 찾은 이들이 쌓은 것도 있으리라...


개울을 건너와서...

순환지점에서 내려오는 나무계단길과 내려가는 데크길이 보인다.

나무 데크 뒤로 보이는 돌탑군은 내림길의 돌탑군...


이 많은 돌들을 직접 져다 날랐다니

어깨며 다리며 어느 곳 하나 편하지 않았을 듯...


그러나 자신의 기도가 모든 것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자신의 고통은 이미 고통이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


움막 근처 돌탑에 쓰여진 글씨는

도움 받은 이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이란다.


차순옥 여사가 기도하면서 쓴 글씨라는~~~

차 여사의 혼이 들어간 것들...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은...


졸졸졸 물소리~

가장 위쪽 주변에도 물이 흘러내린다.

차순옥 여사가 힘들 때 땀을 식혀주고

든든한 친구가 되었을 법한~~~


움막 가는 길~




정비된 움막


차순옥 여사가 기거하던 움막(정비)

차옥순 여사는 이곳에서 생활한 지 15년이 지나서야

동네 주민들과 왕래를 했다고 한다.

 기거했던 굴피 움막에는 지게와 지팡이 등이 남아

그녀의 고단했을 삶을 미약하나마 느끼게 한다.


소원성취 기원

모인 기금은 모정탑길 유지 보수와 차순옥 여사 추모에 쓰인다는...


 

4남매 중 두 아들을 잃었고

남편도 정신질환을 앓았다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였을까~~~

아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는 터에 꿈에 산신령을 만났고...

그녀는 1986년에 이 산속에 홀로 들어와

26년 동안이나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저 작은 움막에서 기거하며...


겨우 한 사람이 빠져나갈만한 길이 있을 뿐

움막 주위에도 돌탑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차 할머니의 바람대로 집안이 평화를 찾게 되었다니

그만한 다행이 없는데

힘겨웠을 차 할머니의 사연은 안타깝기만 하다.


작은 움막에서 기거하며 오직 집안의 안녕만을 빌었을

차 할머니의 애달픈 사연을 생각하며 내려간다.



계곡 상류쪽도 한 번 바라보고...



계곡 하류쪽도 바라보며...


잠시 개울가로 가 보았다.

누가 쌓았을까~ 이 멋진 모습은?

어찌보면 꼭 기도하는 차 할머니의 모습 같기도 하네...


돌아나가는 길~

갑자기 비가 후두둑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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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인증 사진 찰칵 찍고...


내림길 돌탑군이 매우 인상적이다.


한 사람의 정성이 26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탑을 쌓게 했고,

그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차 할머니는 저승에서도 계속 집안의 평안을 비는

기도를 올리고 있을까~~~

저승에서나마 편안하게 지냈으면 좋겠는데...

(2018.7.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