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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세계/미얀마,라오스

[미얀마 헤호] 아찔했던 항공 사고의 현장을 보다...

 

[미얀마 헤호] 아찔했던 항공 사고의 현장을 보다...

 

2012.12.25(화)

 

오늘은 미얀마의 인레호수 지역으로 간다.

이곳은 미얀마의 수많은 소수민족 중 꽤 많은 종족이 사는 지역이라

내심 기대되는 곳이었다.

 

호텔에서 만달레이 공항까지 1시간 정도 가야 되고 미리 도착해서 기다려야 하니

새벽같이 일어나 서둘렀다.

8시 10분 비행기라니 6시 좀 넘어서 호텔을 나섰나 보다. 

 

이른 시각에 출발하니 아침은 도시락이다. 그것도 입에 맞지 않는 빵류...

기내에서도 간식으로 빵류가 나오니 영 고역이다.

그 빵을 잘 보관했다가 여행지에서 만나는 불쌍한 미얀마인들에게 주면 좋다는 말을 듣고는

나는 안 먹더라도 그들을 위해 잘 챙기기로 하였다. 

 

 

아침 일찍 만달레이 공항으로 향하는 중이다.

공항이 시내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관계로 일찍 서둘러서 이동하는 중...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본 풍경인데, 주변이 온통 안개에 가려져 있다.

 

앞날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채 우리는 공항으로 향하고 있다.

안개 자욱한 풍경이 참 분위기가 좋다는 생각만 하면서...

공항 가까이 도착할 무렵, 해가 떠올랐다.

주위는 여전히 안개 천지다.

  

공항에 도착해서 본 미얀마의 공항버스.

우리나라에서 쓰던 걸 들여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오래된...

우리 글자가 쓰여진 것이 반갑긴 했지만 낡은 차라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싶었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들은 경제 강국이 된 한국의 차라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달고 다닌다.

베트남에서도 그런 차를 보았었다.

 

미얀마 항공사 중의 하나인 에어 바간 비행기... 우리가 탈 비행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만달레이 공항 대합실에서 미얀마 에어웨이를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은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탑승 시각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소식이 없다.

가이드도 영문을 몰라 하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헤호공항에서 작은 사고가 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7시 55분 발 헤호행 첫 비행기가 짙은 안개 때문에 낮은 산에 부딪치고 인근 나무에 걸려

급기야 활주로에 닿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것이다. 

가슴이 '쿵덕'하고 내려앉았다.

어쩌면 우리가 그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그 때부터 우리는 대합실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인명 사고는 없었다고 하는데, 과연 어째야 할지 모두들 수근수근...

 

지금 시각이 2012년 12월 25일 오전 10:32이다. 그러고 보니 성탄절 아침이다.

우리가 타고 갈 비행기도 저기에 DELAYED로 표시되고...  

미얀마는 도로 교통이 불편하여 출퇴근이나 여행 시 항공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항공의 경우, 아침 일찍부터 양곤~바간~만달레이~양곤을 순회한다고...

그래서 출발이 아침에 집중적이라는 것...

어쨌거나... 이런 상황인데도 별 메시지를 전달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그 사고로 인해 두번 째 헤호행 비행기는 헤호 공항에 내리지 못하고 만달레이로 회항.

우리가 타기로 한 미얀마 에어웨이 비행기는 양곤으로 가 버리고...

갔다가 다시 온다는데... 방송도 하나 없고...  도대체 알 수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난리가 나도 한참 났을 것인데,

이국 땅에서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이 기다리고 있다.

헤호 공항 폐쇄가 아니라니 그냥 기다리는 모양이다.

아이구~ 답답해!

 

새벽부터 설친 여행자들은 기다림에 지쳐 대합실 의자에 눕기 시작하고...

나이 지긋하신 부부는 양곤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언성을 살짝 높이셨다.

왜 아니 그럴까~~~

나는 인레호수를 보고 싶은 생각에 무던히도 참고 있었다.

앞으로 미얀마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기에...

 

오래 기다리니 또 빵이 나온다.

점심 시간이 다 된 탓이다.

지겨운 도시락 빵...

 

그렇게 5시간을 더 기다리고서야 헤호를 향해 출발하게 되었다.

아침 8시 10분이라더니 오후 1시 30분이 되어서야...

물론 가슴 속에 무거운 짐 하나씩 지고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니 산지가 많이 보였다.

 

어딜 가나 파고다의 모습이 보이고...

 

이것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경...

구릉처럼 보이는 땅엔 붉은 색 흙이 많이 보였다.

 

마얀마 길 지도.

미얀마는 7개의 구(division)와 7개의 주(state)로 구성된 나라다.

구는 대부분 버마족이 사는 지역이라고 하며, 주는 주로 소수민족이 사는 지역이라고 한다.

헤호는 샨주에 있다.

 

헤호 공항에 도착했다. 자그마한 시골 역사같다.

 

가슴에 무거운 납덩이 하나 안고서 버스를 타러 이동하는 중... 

 

공항을 빠져 나가니 바로 근처 농지에 에어바간 비행기가 추락해 있다.

이 비행기는 만달레이에서 헤호로 가는 첫 비행기였다. 7시 55분발...

우리는 세 번째 비행기였는데, 아침에는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고 하였다.

대충 어림 짐작으로 활주로 끝과는 500여m 정도의 거리로 보였다.

아~~~ 조금만 더 갈 수 있었더라면...

 

아직도 사고 처리 중인 모양.

기체가 완전히 동강이 난 모습에 마음이 무겁고 아팠다.

그리고 그 끔찍함에 치를 떨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이 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농지를 지나던 한 사람도 사망했다고 하니 운명이란 게 있는 것인가 보다. 하필이면...

  

우리가 저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을 것 아닌가~~~

운이라는 게 분명히 있는 게지...

아~~ 정말 운명의 신에게 감사를 하며...

마음 한켠에 작은 아픔 하나 안고서 우리는 사고 현장을 스쳐간다.

 

 2012.12.2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