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북파에서 천지를 아주아주 살짝 만남
2024.07.05. (금)
북파 천지 방문
새로운 날이 밝았다.
오늘은 천지를 볼 수 있을까?
마음 졸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05:15, 밖을 내다본다.
밤새 비가 내렸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06:00, 일단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 로비의 천지 사진을 보며
'제발 보게 해달라'
마음 속 기도를 한다.
비가 내려 산책도 못 하고 호텔 앞에서 휘이 한 바퀴 돌아보고,
07:03, 천정호텔을 떠나 백두산으로!
'장백산에 온 걸 환영한다'는 문구로 장식된 화단을 만나니
'이곳이 백두산 여행 기지가 맞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07:23, 호텔 출발 20분 만에 북파산문에 도착.
이곳에서 환승중심까지 가서 다시 봉고차로 갈아타야 한다.
오늘은 북풍경구(북파)에서 천지를 만나고 이어서 장백폭포를 만날 것이다.
'아~ 제발!'
오늘 우리가 차를 타고 올라가는 길이 이리도 구불하구나!
무사히 잘 올라갔으면...
그리고 꼭 천지를 만났으면......
이곳은 장백폭포 아래 장백산 온천지대...
백두산 곳곳마다 이런 큐알코드 입장표로 입장하네.
07:41, 큐알코드 찍고 입장하여 셔틀버스를 타고 백두산 북파 천지를 만나러 출발~~~
북파산문을 떠나 북파 천지를 향해 간다.
장백산동북아식물원도 보이네...
자작나무가 끝없이 이어지는 걸 보니
이곳이 추운 지역임을 알 수 있었다.
벌 치는 곳도 여러 곳 보인다.
중국 물건들 중 믿을 수 없는 상품들도 있겠지만
청정 지역인 이곳 벌꿀은 믿을 수 있겠지...
해발고도가 높은 곳이라 그런지 쭉쭉 뻗은 침엽수도 많다.
버스에서는 계속 '창바이산(백두산의 중국식 이름)'을 설명한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이다.
애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씨는 계속 좋지 않고......
08:33, 북파 환승중심에 도착했다.
북파산문에서 50여 분 걸렸네.
서파쪽에 비하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아무래도 오르기 좋은 곳이라 그럴 테지......
빨간 패딩을 입은 중국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데,
주로 중국 남방에서 온 사람들이란다.
따뜻한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백두산 추위에 견디기 위해
이곳에서 빌려 입은 모양이다.
줄이 어마어마하다.
08:57, 환승중심에 도착하여 20여 분 기다린 끝에
또 다시 북파 천지를 향해 출발하게 된다.
'정말 천지 보기 어렵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수많은 봉고차들이 오가는 모습~
그 모습이 장관이다.
백두산 북파 천지를 향해 가는 길~
안개 구름과 봉고차들의 향연인 듯......
오를수록 날씨는 더 안 좋다.
천지 볼 확률이 0%인 것 같으니
아~ 어쩌란 말이냐!
오랜 염원의 장소가 이렇게 보이다니......
09:15, 북파 천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환승중심에서 20분 좀 덜 걸려서 도착.
수십대의 차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주차선이 어마어마하게 그어져 있는 걸 보고는
북파 천지를 찾는 사람들이 엄청나다는 걸 느낀다.
북파 천지 바로 아래 휴게소.
여기서 10:20에 만나기로 가이드님과 약속을 한다.
1시간 정도 시간을 주네.
빨간색 롱패딩만 입은 줄 알았는데,
파란색 롱패딩을 입은 사람들도 많네.
우리 일행은 각자 챙겨 입은 옷 위에 우의를 입었고......
북파 천지는 바로 저곳!
북파 주차장에서 5분만 오르면 된다.
A코스~B코스로 이어가야 더 다양한 천지 풍경을 만날 수 있지만
방문 당시에 천문봉 A코스는 위험하다며 막아두었고
B코스만 입장 가능했다.
지금으로선 어느 곳도 천지를 만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
마지막 희망마저 포기!
마음이 아득하다.
하늘이 어찌 이렇게 무심하단 말인가!
아무리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지만,
몇 번을 방문해야 한 번 볼까말까 하다지만,
그것이 나의 일이 되면 믿기 싫어지는 게 아닐까?
안개 구름 천지라 실제 천지는 보이지 않으니
우선 등소평이 썼다는 '天池' 글자를 찾아본다.
그 앞에서 인증사진 찍는 사람들도 많고 사람들이 그냥 막고 서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조차 어려운 상황...
1983년에 썼다는 등소평 글씨~ '天池'.
사람들 틈사이로 폰을 들이밀고 글자만 나오게 한 장 찍었다.
누가 찍어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셀프로 손을 들어 겨우 찍은 사진.
천지를 방문했다는 인증으로...
'天池' 표지석 뒤로 천지가 숨어 있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
옆 벽에는 주봉 B구 도로담당자 표시가 되어 있다.
A구로 가야 천문봉 정상에 오르고 더 멋진 경관을 만날 수 있지만
위험하다고 막아 놓은 상태...
날씨는 최악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이 계속 정상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천지가 보이는 어딘가에 자리를 잡아야 할 텐데,
이미 벽을 겹겹이 만든 사람들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네.
키 큰 분 사이 아래로 들어가 앞에 앉다시피 섰다.
주위에는 펜스에 붙어선 사람들만 겨우 보일 뿐
어느 방향을 바라보아도 이렇게 안개만 가득하다.
어디가 천지이고 어디가 산봉우리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저 속에 숨어 있다.
그렇게 꽉 낀 공간에서 10여 분이 지나가고~
안개가 바람에 날린다.
여기저기서 무더기로 '와~' 하는 소리.
서서히 드러나는 산봉우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던 곳에서 희망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09:35)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지르는 고함소리가 산을 울리고 천지를 울렸다.
봉우리 사이 아래로 보이는 곳~ 저곳이 천지다!
천지다!
거짓말처럼 천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정말 잠시, 조금~ 아주 조금이지만 천지가 나타났다!
천지의 물이 보인 시간으로 따지자면 단 몇 초 정도 되었을까~~~
뒤로 천지가 넓게 보여야 하는데,
아래 일부만 저렇게 보여주네......
'하아~ 야속하지만 이것도 운이지 뭐.'
정말이지 조금 아주 조금 맛보기로 보여준 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너무 반가웠던 건
0%일 거라는 절망에서 최소한의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사실은 이것만 해도 기적이었지.
'그래, 난 천지를 본 거야!'
라고 애써 위안하는 마음...
그러다가 또 잠시 아주 살짝 보여주었고
이후 더 이상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영상으로 찍은 북파 모습
이곳을 방문한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을 뒤로 하고
천지 자리엔 다시 안개가 자리잡아간다.
이 모든 순간이 단 5분 사이에 다 이루어졌다.
안타까운 마음~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 한다.
최대한 머무르다가 내려갈 생각으로...
더 나은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아쉽게도 더 이상의 기적은 없었다.
아래 휴게소에서 만날 시각이 되어 간다.
개별여행이라면 죽치고 있으며 기회를 더 엿볼 수도 있겠지만
패키지 특성상 약속 시각이 있으니 아쉬움을 안고 내려간다.
언젠가 다시 올 지도 모를, 어쩌면 다시는 못 올 지도 모르리라 생각하면서......
천지를 두고 돌아서는 무거운 발걸음!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돌아와서도 폰 사진들을 다시 펼쳐본다.
맛보기만 해서 미련이 남는다.
'아~ 천지!
광활한 모습을 만나러 엔젠가 다시 도전해봐야 하나?'
(2024.07.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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