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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서울 인천 경기

[경기 안성] 금광호수 박두진 문학길 1 (둘레길, 수변산책로)

 

요즘은 조용한 곳 찾아다니기의 연속~

그것도 하루 잠시잠시...

지난 주에는 안성 금광호수(저수지) 박두진 문학길 걸어보기...

안성관광 안내지도. 안성8경 위치
금광호수는 안성8경 중 하나
금광호수 청록뜰 주차장에 차를 댔다.

박두진

경기도 안성 출신. 아호는 혜산.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지에 시〈향현 香峴〉·〈묘지송〉·〈낙엽송〉 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 『청록집(靑鹿集)』(1946. 조지훈·박목월 등과 함께 펴냄), 『해』(1949), 『박두진시선』(1955) 등.

조지훈(조동탁)·박목월(박영종)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으로 불린다.

대표작 <해>, <청산도> 등.

박두진 문학길 청록뜰
청록뜰의 박두진 동상
청록뜰의 박두진 시비

해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묘지송 / 박두진

 

북망(北邙)이래도 금잔디 기름진데 동그만 무덤들 외롭지 않으이.

무덤 속에 어둠에 하이얀 촉루(燭累)가 빛나리. 향기로운 주검의 내도 풍기리.

살아서 섧던 주검 죽었으매 이내 안 서럽고, 언제 무덤 속 화안히 비춰 줄 그런 태양만이 그리우리.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 멧새들도 우는데, 봄볕 포근한 무덤에 주검들이 누웠네.    

 

 

꽃 / 박두진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 흘림.

 

먼 볕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너희 오오래 정들고 살다 간 집,

함부로 함부로 짓밟힌 울타리에, 앵두꽃도 오얏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낮이면 벌떼와 나비가 날고 밤이면 소쩍새가 울더라고 일러라.

 

다섯 뭍과, 여섯 바다와, 철이야, 아득한 구름 밖 아득한 하늘가에,

나는 어디로 향해야 너와 마주 서는 게냐.

 

달 밝으면 으레 뜰에 앉아 부는 내 피리의 설운 가락도 너는 못듣고,

골을 헤치며 산에 올라, 아침마다 푸른 봉우리에 올라 서면,

어어이 어어이 소리높여 부르는 나의 음성도 너는 못 듣는다.

 

어서 너는 오너라. 별들 서로 구슬피 헤어지고, 별들 서로 정답게 모이는 날,

흩어졌던 너희 형 아우 총총히 돌아오고, 흩어졌던 네 순이도 누이도 돌아오고,

너와 나와 자라난 막쇠도 돌이도 복술이도 왔다.

 

눈물과 피와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오너라…….

비둘기와 꽃다발과 푸른빛 깃발을 날리며 너는 오너라…….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나와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잔디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 늴 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싯 두둥실 붕새춤 추며,

막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청산도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려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청록뜰의 박두진 시비들을 대하고 박두진 문학길을 둘러보기 시작~

박두진 문학길 안내도 
청록뜰 아래 데크 시설
수변산책로에는 박두진 시인의 시들이 걸려 있다.
건너편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과 박두진 집필실(쉼터)
태양광 발전 시설과 박두진 집필실(쉼터). 쉼터는 공원이어서 쉼을 즐길 수 있는 곳...
박두진 집필실쪽을 배경으로... 더러 만나는 사람들이 있어 마스크 쓰고...
청록뜰 아래 왼쪽 숲길, 박두진 문학길 본격 산책 시작
수변산책로에서... 박두진 집필실 쉼터쪽을 바라보며...
숲길 이어서 걷기...
청록뜰로 내려가는 길과 혜산정 가는 갈림길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이곳에... 
그리 가파르지도 높지도 않은 곳이라 걷기에 참 좋은 산책길...
호수를 바라보는 혜산정 내려가는 길
혜산정 주변
청록파 시인의 탄생. 청록파로 일컬어지게 된 이유
수변산책로의 혜산정
혜산정에서 바라본 금광호수와 주변 풍경

혜산정에서 바라본 풍경
혜산정에서 바라본 금광호수와 주변 풍경

혜산정에서 바라본 금광호수와 주변 풍경
혜산정을 나와 다시 산길을 걸어서...
강건너빼리라는 음식점 있는 곳, 수변데크길 시작되는 곳까지...
선착장. 강건너빼리 음식점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태우고 오는 배~

강건너빼리 음식점 야외 풍경
수변데크길이 이어지는 곳...
수변데크길에서 바라본 강건너빼리 음식점

청록뜰에서 수변산책로를 걸어서

강건너빼리 음식점까지 오는 길은 싱그러웠다.

숲길에서 오는 청량감과 함께

가슴 속 깊이까지 들어오는 깨끗한 공기가

온갖 시름을 잊게 했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장소다.

이어서 수변데크길을 걷게 된다.

포스팅은 다음 장으로...

(2020.7.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