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불타는 설악산 단풍 - 장수대 분소~대승폭포~대승령

[인제] 불타는 설악산 단풍 - 장수대 분소~대승폭포~대승령

(2018.10.13.토)

설악산 대청봉에 한 번 오르고 싶었다.

그러나 이때까지 마음만 먹다가 못 올랐다.

결국 올해도 전날까지 벼르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대신 대승폭포와 주전골로 단풍 구경이나 하기로 한다.

마음은 대청봉인데 몸이 말을 안 들으니

무리하면 건강에 해롭겠다 싶어서...

새벽 4시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장수대에 도착하니 아침 7시 20분쯤 되었나~~~

바깥에 나서 보니 아침 기온이 4도, 매서울만큼 차다.

뒤로 보이는 곳이 가리능선이라던가~~~

장수대

한국전쟁 때 치열한 설악산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고

전몰 장병들의 명복을 비는 뜻에서 이름지어졌다.

제3군 단장인 오덕준 장군의 후의로 설악산의 개발을 위하여 건립.

인근의 대승폭포(한계폭포), 옥녀탕, 한계산성 등을 찾는

관광객들의 휴식처로 세워진 한식 건물이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이지만 장수대 분소 앞에는 차들이 가득...

마침 나가는 차가 한 대 있어서 우리도 용케 댈 수 있었다. 

버스 뒤 안쪽으로는 한계사지와 삼층석탑이 있지만

들어가는 길을 막아 놓았다.

남편은 잠이 온다고 30분만 눈을 붙여야겠단다.

으~ 벌써 해도 떴는데...

설악의 한계령, 오색, 남교리, 백담지구 등에는

이른 새벽부터 택시며 대리 기사들이 붐빈다.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 중에

우리같이 단거리를 걸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사람들 외에

장수대에서 대승령을 거쳐 남교리로 넘어가거나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찍고 오색으로 내려가거나

이런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도 많이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내 체력으론 안 되겠다 싶어서

짧은 코스에 단풍 구경이나 실컷 하자로 결론을 내리고 온 터였다.

잠시 기다렸다가 8시쯤

장수대분소 옆에서 안내도를 한 번 살펴보고... 

장수대 탐방로를 향해~~

이곳의 입장은 하절기의 경우 03:00~13:00

장수대분소에서 대승령까지 곳곳에는

설악산을 다녀간 옛사람들의 시를 비롯하여

지명과 명승 이야기, 명승지 유람기가 표현되어 있다.

산을 오르며 하나씩 읽어 보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한계(寒溪)' 관련 지명 이야기에 잠시 머물러도 보며

남들보다 천천히~ 우리 페이스대로...

아침 8시지만 체감온도는 영하의 기온처럼 느껴져서

옷을 겹겹이 껴입고 장갑까지 끼어야만 했다.

언제 그 덥디 더웠던 여름날이 있었나 싶은...

산속 청아한 물소리, 맑은 소~~~

물들어가는 가을...

오름 돌길이 나오고, 단풍이 살짝 든 모습이 반갑다.

곧 가파른 계단길이 나오리라...

저곳이 가리능선인가~~~

  

대승폭포를 향해 가는 가파른 계단길

장수대 분소에서 대승폭포 전망대까지의 거리는 900m이지만

가파른 계단길이라 그리 쉽지만은 않으리라...

그래도 고무재질이 깔린 계단길은 충격이 덜해서 좋더라.

아침길을 달려올 때 보았던 안개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래 계곡 주변으로 아직까지도 산허리에 걸려있다.

구불구불 한계령 가는 길...

조선 후기의 화가인 이인상이

대승폭포(한계폭포) 주변의 설악 모습을 표현한 시

 

가리능선쪽과 대승폭포가 살짝 보이는 곳에서

한 무리씩 모여드는 등산객들을 보내고...

이제는 겉옷 하나는 벗어도 되겠더라니...

대승폭포(한계폭포)의 승경을 표현한 조인영의 시

설악산을 찾은 수많은 산객들...

이 시기에 장수대 코스가 조금 한가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여기가 어디던가!

그래도 설악 아니던가~~~ 

사람이 없다면 그건 설악이 아닐 테지...

드디어 대승폭포 전망대에 도착

우리보다 더 빠른 사람들이 먼저 와서

설악의 절경을 맞이하고 있다.

대승폭포 전망대 입구의 바위에 새겨진  '구천은하(九天銀河)'

중국의 시인 이백이 지은 '여산폭포를 바라보며'의 구절에서 빌려온 것.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폭포수가 날아 흘러 삼천척이나 곧장 떨어지니-

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

이 글씨를 쓴 사람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임적이 쓴 '한계폭포기'에서

김수증의 글씨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대승폭포(한계폭포)

대승폭포는 높이 88m로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 천마산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폭포로 알려진 곳...

대승폭포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단다.

먼 옛날 한계리에 대승이라는 총각이 살았다.

어느 날 폭포가 있는 돌기둥 절벽에

동아줄을 타고 내려가서 돌버섯을 캐고 있었다.

그런데 절벽 위에서 '"대승아! 대승아!" 하는

돌아기신 어머니의 외침이 들려

동아줄을 타고 올라갔으나 어머니는 간 곳 없고

동아줄에는 신짝만한 지네가 매달려 줄을 뜯어

막 끊어지려던 참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죽어서도 아들의 위험을 가르쳐준

어머니의 외침이 메아리친다 하여

이 폭포를 대승폭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대승폭포에서...

 

 

대승폭포를 지나 지킴터를 지나면서

점점 더 고운 단풍을 만난다.

절정의 단풍 숲에서...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연신 '멋지다' '참 잘 왔다'를 연발하면서 가니

걸음은 느리기만 하다.

뒤에서 오던 산객들은 어느새 우리를 앞질러 가고...

우리는 단풍 감상이 우선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상록수도 있어 다양한 색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

 

장수대 분소에서 1.8km 지점이니

대승령까지 900m 남은 곳...

목적지까지 2/3 통과 지점인 모양이다.

앞으로 가파른 구간이 많이 남았음이라...

대승암에서 유숙한 조선 중기의 문인인 김창협이 쓴 시를 만난다.

대승폭포에서 4리길을 가면 대승암이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에 이미 황폐해졌다 하니 지금 찾는 일은 더 어렵겠지...

대승암터로 여겨지는 곳을 지나며~

이곳은 해발 954m 지점

돌길이고 제법 가파른 구간이다.

아직까지는 단풍이 곱다.

또 멀어져가는 사람들~~~

이렇게 멋진 단풍 터널이 계속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리의 걸음은 자꾸만 느리게 진행된다.

해발 1,100m 지점.

우리의 목적지인 대승령까지 이제 300m 남았다.

이곳 주변은 마른 단풍의 모습이 관찰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를 기준으로

해발 1,000m 정도까지는 단풍이 고왔던 것 같다.

마지막 가파른 길을 올라 대승령에 닿았다.

해발 1,200m가 넘는 곳...

이곳은 잎이 마른 모습~ 낙엽이 지는 시기...

여긴 이미 늦가을의 모습이다.

하긴 며칠 전에 중청대피소에서 얼음이 관측됐다고 했으니...

우리의 목적지 대승령이다!

저분들은 우리와는 다르게 이곳이 거쳐가는 곳이리라...

이곳에서 남교리로 넘어가는 것도 생각해보았으나

코스가 길어서 포기...

한참을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하니 조금 아쉽긴 하다.

조선 후기의 문신 조인영(조만영의 동생)이 대승령을 읊은 시

대승령은 설악산의 여러 고개 가운데 중요한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서 대승폭포, 십이선녀탕, 대청봉으로 가는 여정이 나뉜다.

여기서 서북능선으로 가는 길은 매우 난코스로 알려져 있다.

근처 공간에서 준비해간 음식을 먹으며 한참을 쉰 후

조용해진 틈을 타서 찰칵!

우리는 하산하는데, 아직 올라오는 사람들도 많다.

단풍만큼이나 사람들의 옷차림도 알록달록 곱기도 하다.

고운 단풍을 다시 보며 내려가는 길이라

우리로서는 이것만 해도 대만족...

더러 덜익은 단풍을 만나도 나름 보기 좋고...

쉬어가며 힐링하는 기쁨을 누리며~

이렇게 불타는 단풍을 만나면 더 반가워.

무조건 좋다 좋아. 환상이야!

이렇게 고운 단풍을 실컷 보고 왔으니

가을을 다 안은 것만 같아서

올해는 더이상 단풍 구경을 안 해도 될성싶다.

내려가면서 설악의 영봉들을 바라보노라니

거기에도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내 힘으로 일일이 다 안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멀리서 보이는대로 눈으로 가슴으로 안아 보리라...

원점회귀하여 장수대 분소에 도착하니

'설악산 국립공원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2018.10.13~14)

입산통제 입간판을 보니 13시는 지난 모양이고...

'설악산 국립공원 사진전'

'설악산 국립공원 사진전'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가 넘었다. ㅎㅎ..

주차장에는 다른 곳에서 오는 산객들을 실어나를

대형버스도 보이고, 택시도 보이고...

아침에 보이던 대형버스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나보다.

우리나라 등산 인구가 많긴 많은 모양...

이번에 비록 많은 구간을 걸어보진 못 했지만

대승폭포 전망대에서부터 해발 1,000 고지 정도까지 이어지던

단풍 터널은 기대 이상이었고

설악의 단풍이 이처럼 아름다운 곳도 드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충분히 멋지고 보람된  발걸음이었다.

올해 단풍 구경을 더 안 해도 배가 부를 것만 같다.

(2018.10.13.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