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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강원

[영월] 산꼬라데이(산골짜기)길 2 - 광부의 길

[영월] 산꼬라데이(산골짜기)길 2

- 광부의 길

작품명 '휴식'

(2018.6.23.토)


모운동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 후

광부의 길이라고 이름지어진 녹색길을 걸어보았다.

모운동 표지석

광부의 길은 모운동 표지석 있는 곳에서

오른쪽 길로 갈 수 있다.

모운동 마을에서 모운분교터 뒤편 길로도 갈 수 있다.


윗길은 동네에서 모운분교터 뒷길로 오는 길이고,

왼쪽으로 모운동 표지석 있는 곳에서 올라오는 길이 있다.


모운동 표지석 있는 곳에서 올라오는 길


여름날의 개망초가 무성하게 피어서

너도나도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광부의 길 초입~

숲이 꽤나 무성해 보인다.





(구)동발제작소

금세 (구) 동발 제작소를 만난다.

동발은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 기둥을 말하며

광산 사고 중 동발의 붕괴 사고가 60%나 되어서

나중에는 콘크리트 동발로 바뀌었다고 한다.


곧이어 광부의 샘이 나온다.


옹달샘(광부의 샘)

광부들이 동전을 던지며 자신의 안전과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던 곳~

예전에 광산사고 소식을 심심찮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사자가 내가 되고 내 가족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너무나 끔찍한 일...

매일 탄광으로 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겁이 났을까~~~


광부의 길 안내도


길 안쪽으로 이름모를 건물터를 만난다.

풀이 우거져 형태를 식별하기조차 어려워...

삭도터라고 하는데, 정확한 건 모르겠네...


오른쪽 계단길은 황금폭포 전망대 가는 길...

더 안쪽으로 '휴식'이라는 동상 작품이 바라보인다.


황금폭포 전망대 가는 길...






황금폭포(왼쪽)

옥동광산 폐광 후 갱도의 물을 저곳 암벽 위로 끌어왔고

철분이 섞인 물이 내려오며 바위를 적셔 황금색으로 보이고

겨울에는 황금색을 띠는 얼음으로 변하니

황금폭포로 불린다는...

모운동의 그랜드캐년으로 이름붙은 골짜기가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예전에 이곳 아래 골짜기는 못 쓰는 석탄을 버리는 곳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오른쪽 가운데)

겨울 얼음으로 변한 황금폭포 모습(오른쪽 아래)

어쩐 일인지 지금은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휴식' 작품 포토존

이곳은 예전에 갱도에서 캐낸 석탄 외에 분리된 잡석을 버리던 곳~

기계가 없던 시절에는 사람의 힘으로 광차를 뒤집어 잡석을 버렸다고 한다.


 '휴식'이라는 작품 포토존에서...


생각해보면 연탄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이 참 많았다.

식사 준비를 하고, 목욕물을 데우고,

추운 겨울을 이기도록 방을 따뜻하게 데우고~~~

'포또띠기(아마 '포토 떼기'일 듯)'라고 해서

조그만 국자에 설탕 넣고 소다 넣고 휘휘 저어서

부풀어오른 덩어리를 편편한 판 위에 척 부으면

주인이 둥근판으로 납작하게 누르고

그 위에 물고기나 별모양 등을 지긋이 눌러주는...

그러면 우리는 바늘에 침 묻혀가며

온전한 모양을 떼려고 안달을 했었지...

'쫀득이'도 아이들 간식거리로는 최고였지...

고추장양념돼지불고기도 연탄에 구워야 맛있다.

하긴 요즘도 연탄구이 요리를 하는 집이 있으니

추억을 찾는 이들에겐 제격일 듯 싶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도 연탄을 땠었는데

연탄가스중독이라는 좋지 않은 기억이 있긴 하다.

막내 동생이 새벽 내내 울어대는 바람에

부모님이 우리 방을 찾으셨고 형제들은 모두 살아났지...

어쨌거나 지나간 일은 모두 추억이 되고,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어려웠던 지난 시절~

우리나라 산업 역군들의 피땀어린 수고로움이 배어 있을

그 길을 따라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예전에는 운탄로가 있던 곳이지만

지금은 잘 닦여진 산속 오솔길처럼 보인다.


석탄산업 활황기에는 광부들의 발길과 운탄길이 차지했을 터~

폐광되면서는 광원과 가족이 하나둘 떠나갔을 길...

다시금 모운동 마을이 방송을 타고 주목을 받던 시기에는

잘 정비되었을 벤치도 지금은 방치된 느낌...


'휴식' 포토존을 떠나 금세 (구)옥동광업소 이정표가 반긴다.

유독 이곳에 이정표와 안내 설명판이 많이 세워져 있다.

사진 왼쪽으로 오름길이 있는데, 모운동 마을로 가는 길이다.

이곳은 제법 넓은 터를 가진 곳이니

예전에는 주변에 집들이 여럿 들어서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나무와 잡풀이 무성해서 알아보기도 어렵지만...

이럴 때 강산이 변했다고 하는 걸까~~~


산꼬라데이길 안내도


(구)옥동광업소 목욕탕 설명


(구) 옥동광업소 목욕탕의 모습(탈의실과 목욕탕)


(구)갱도 입구 설명


(구) 갱도 입구와 운탄로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활황기 당시에 작은 집들이 많이 들어찬 모습...



옥동광업소와 갱도 입구 설명을 읽은 후 조금 더 걸으니

어디선가 물소리가 콸콸힘차게 들려온다.

바로 갱도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물소리였다.

여기도 풀이 우거져 입구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풀숲 사이로 목욕탕 건물이 모습을 보인다.

(구) 옥동광업소 목욕탕

광부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석탄으로 검어진 몸을 깨끗하게 씻은 곳.

목욕탕이 없던 시절에는 작업을 마치고 검은 얼굴로 퇴근을 했고

부모 자식 간에 길을 지나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단다.

부녀자들에게는 퇴근하는 가장이 씻을 물을 데우는 것도 큰 일과였다고...

그러니 이 목욕탕이 생겨서 얼마나 편해졌을까~~~


   

30년 세월에 어두워진 머릿돌의 글씨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 건물은 1987년에 지어졌네.

'광산 근로자를 위하여 정부의 지원으로 지어졌으며

다함께 고마운 마음으로 이용하자'는~

아래에 '동력자원부'라는 글씨가 보인다.

1987년 11월 3일 준공이라네.

그러나 2년 만에 광업소가 문을 닫았으니(1989년) 길게 써 보지도 못한 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런 목욕탕이 지어졌더라면~

광부에게도 물을 데워야하는 부녀자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

내부는 오래되어 낡고 방치해둔 탓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고,

인적이 드문 틈을 타서 박쥐가 들어와서 사는 듯 싶었다.

우리나라의 크나큰 발전에 기여했을 산업화 역군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더 편히 사는 게 아닌가!

앞으로 탄광의 역사를 기리며 잘 보존했으면~~~


목욕탕을 지나면 바로 (구)갱도 입구가 나타난다.

한여름에도 갱도에서 찬바람이 나온다.

예전에는 갱도 양 옆에 배수로가 있어 그곳으로 물이 훌러가도록 했지만

지금은 황금폭포쪽으로 흘러가도록 했단다.


(구)갱도 입구

든 갱도는 무너지고 폐쇄되고 용출수를 빼내기 위한 갱도가 하나 남아 있다.

갱도의 길이는 2.1km이고 산의 반대편으로 관통되어 있다 한다.

지금은 이렇게 물이 많이 나와서 들어가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갱도 내부에 맑은 샘이 있어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오는 거란다.

운탄 철로도 물에 잠겨 보이지 않는다.


 

 

폐광에서 흘러나온 이 황토색 물이 조금 전에 본 황금폭포의 원천수.

철분이 많아서 황토색을 띠는 거란다.

안을 조금 더 보려고 바라보았지만

갱도에는 물만 가득하고 더이상 뭔가 보이지 않는다.

예전에는 운탄 철로가 갱도에서부터 이어져 목욕탕 앞을 지나갔으리라...

여기서 오른쪽으로도 작은 오솔길이 나 있지만

이정표가 없고 풀이 무성하니 무작정 가기가 두려워 돌아나온다.


(구) 옥동광업소 목욕탕

갱도에서 나오는 물이 황금폭포쪽으로 가도록 물길을 냈다는데,

왜 지금 황금폭포에는 물이 흐르지 않았을까~~~

이렇게 콸콸거리며 흐르는데......

물음표 하나 더하며 다시 목욕탕 앞을 지나 모운동 마을쪽으로 향한다.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 삼거리~

모운동 마을 가는 윗길 표시가 보이지 않아서 조금 헷갈렸지만

지도를 보고 찾아가기로 한다.

아무튼 모운동 마을 가는 길과 (구)옥동납석광업소 표시가 있었으면...


황금폭포 전망대쪽이 아닌 위로 비스듬한 오름길을 따라 모운동 마을로 향한다.


산꼬라데이에서 이런 생명를 만나는 기쁨을 누리며~


광업소 번성 시기에는 광부들의 길이었을 길~

광부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수년 전에만 해도

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길~

낙엽이 쌓인 한적한 산길을 걸어서...


운탄삼거리에 닿는다.

아랫길은 동네로 내려가는 길...


 

운탄삼거리를 바라보며...

여기쯤에도 (구)옥동납석광업소 표시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랫길 표시는 잘 되어 있는데,

윗길 이정표가 빠져 있어서 조금 아쉬웠다.


광부의 길 나머지 구간을 찾아가야 하는데,

더위를 못 이기고 조금이라도 차로 이동하려고

마을회관 앞으로 가는 길~

저기 가운데쯤 모운교회 옆이 극장터랬지...

마을이 북적일 때 마을 인구 10,000여 명, 광부의 수 2,000여 명,

모운초교 학생수 1,000여 명이라는 수가 말해주듯

예전에는 이곳에도 집들이 꽉 들어차 있었겠지...


내 어릴적 다니던 면소재지 시골 초등학교도

당시에는 1,000명이 넘는 학생수를 자랑했었는데,

지금은 전교생이 수십명뿐이라고 한다.

농업, 어업, 임업, 광업 같은 1차 산업이 주를 이루던 지난 날에는

농촌이나 광산촌의 인구가 대단했었지만

지금은 경제가 많이 발전되어 4차 산업 운운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모운동 마을이나 내 고향이나

전성기는 이미 오래전에 지난 듯하다.


마을회관 앞으로 가다가 만난 (주)옥동 표석

옥동광산이 폐광된지 30년이 되었으니

강산이 세 번은 변한 세월이 흘렀네...

글자 하나가 땅에 묻힌 채 남아있는 이 표석만이

당시의 흔적들을 알려주는 듯~

앗~ 저긴가 보다!

(구)옥동납석광업소~~~

여기는 솔숲길인데...

 (구)옥동납석광업소 가는 길인 줄 알고 왔더니

솔숲길이라니~ ㅎㅎ... 

처음부터 좀더 잘 찾아보고 이동했어야 하는데 말이지...

돌아가자고 하기도 미안하여 내심 다음을 기약하리라 마음 먹고...


솔숲길에서 모운동 마을과 한우육종농가(서로목장)를 바라보며...

산 위로 노천탄광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 저길 들러야 하는데......

다른 곳은 제쳐두고라도 (구)옥동납석광업소 자리는

다음에 꼭 들러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예밀리로 향한다.

아쉬움 하나쯤 남겨두는 일은 또다른 희망을 잉태하게 하는 것~

그래서 편하게 돌아설 수 있을 것 같다.

(2018.6.23.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