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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강원

[영월] 산꼬라데이(산골짜기)길 1 - 구름이 머무는 마을 모운동을 찾아서

[영월] 산꼬라데이(산골짜기)길 1

- 구름이 머무는 마을 모운동을 찾아서


모운동 마을 전경

(2018.6.23.토)


김삿갓면에 들어서면 김삿갓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방랑시인 김삿갓(김병연) 가족이 숨어들어 살았던 곳이 영월 와석리이다.

김삿갓 덕분에 이 지역의 지명도 하동면에서 김삿갓면으로 바뀌었다.


김삿갓면 동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옥동천.

모운동 마을로 접어들게 되는 주문교와 커다란 느티나무...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여 모운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보여지는 모습~


 

주문교


 

모운동 가는 길 주문교 느티나무

보이는 동네는 주문1리 마을이다.

주문교를 건너면 이렇게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고,

옆에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주문교

주민 노인분이 쉼을 즐기고 계시는 모습...


산꼬라데이길 종합 안내

여기는 산꼬라데이길 종점...


산꼬라데이길은 총길이 27.5km의 녹색길이다.

산꼬라데이~

마치 외국어 발음을 하는 것 같은 느낌...

산꼬라데이는 산골짜기의 강원도 사투리란다.


 

주문2리 모운동 마을 가는 길

종점이자 시점이랄 수 있는 주문1리 마을 어귀

옥동천 옆길을 따라 모운동 마을로 향한다.

모운동길에는 이런 복숭아나무가 가로수 역할을 하고 있네.


 

장미가 피어 있던 6월, 모운동길을 지나며...





 모운동 마을 표지석

 (사진 왼쪽 위 길은 마을, 아래 오른쪽으로는 광부의 길)

산꼬라데이 길 종점에서 4km 정도 들어온 곳~

차로도 구부러진 길을 한참이나 올라온 곳에

모운동 머을 표지석이 떡하니 버티고 서있네...

마을 입구까지 복숭아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하나씩 따먹으면서 갈 수 있도록 배려한 거란다.


모운동 마을 이야기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해발 700m에 위치.

행정구역상으로 하동면은 김삿갓면으로 바뀌었다.


 

 

모운동 마을 표지석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모운동 민박(펜션)을 운영하시는 이장님댁이 나온다.

마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으나 출타 중~~~

전화를 했더니 숙소 문이 열려 있으니 그냥 보라신다.

다음에라도 혹여 올 계획이 있을까 싶어서 슬쩍 살펴보고...

마당에서 내려다보니 옥동천 건너편으로 김삿갓휴게소가 바라보인다.


현 이장님댁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버스정류장이 나오고

왼쪽으로 모운마을회관이 보인다.

곧장 길을 따라 넘어가면 예밀리로 갈 수 있다.

영월~예밀리~주문리 간을 하루에 세 번 버스 운행 중이다.


모운동 마을회관 앞

입구 왼쪽 정자에는 이 마을을 자주 찾는다는 어느 부부가

다정하게 쉼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모운동 마을에 반해서 매년 찾아오곤 한다는 거였다.

그분들의 여가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정자 사진은 못 찍었네...


구름이 머무는 마을 모운동 마을 이야기에 빠져본다.

구름이 모이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모운동~

석탄 산업 활황기에는 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극장, 우체국, 병원, 당구장,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등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의 화려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영월의 대표적인 탄광촌이었지만 석탄산업의 사양화로

1989년 옥동광업소는 문을 닫았고 마을의 영화도 사그러들었다.

이후 지역 주민들이 꽃과 벽화가 있는 동화속 마을로 가꾸어서

방송도 많이 타고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마을이 되기도 했다.


옛 탄광광업소 본관 자리의 모운동 마을회관

주인 잃은 모습처럼 을씨년스러웠던 수영장

탄광의 역사와 함께 번성하고

폐광과 함께 잊혀졌던 모운동 마을~~~

수년 전 동화마을 같은 벽화마을로 변신하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모운동 마을이다.

이제 또다시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가는지...


마을회관 앞 해우소와 버스정류장

나란히 쌓아올린 연탄재~

아직도 연탄 때는 집이 있나~~~

옥동광산 영업 시에는 별표연탄으로 팔려나갔다는데...


 

<짝> <버디버디> 촬영지, 모운동 마을

 

<짝>

9~16명의 남녀가 애정촌이라는 공간에서

일주일간 함께 생활하며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 프로그램.

만남과 사랑, 그리고 갈등의 생생한 기록...


<버디버디>

24부작 골프 드라마 <버디버디>의 배경이 된 곳.

강원도 산골 소녀 성미수가 골프 여제 박세리를 보고 골프에 입문하여

가난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골프 여제로 자라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비가 온 후면 늘 안개와 구름이 많이 끼는 마을이어서

'모운'이라 불렀다는 모운동 마을~

이번 여행 시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으리라...

어쨌든 모운동 마을 안내도를 보고는

먼저 아랫길로 접어들어서 두루 돌아보기로 하고 출발~


 

구세군 영월 자연휴양관이 보이는 아랫길로...

빨간 장미가 손짓하는 길~

탄광의 역사를 아직도 알고 있을 것 같은 길~

예전에는 이곳에도 함석집이 많았으리라...


  

 

앵두가 빠알갛게 익은 계절에

동화 벽화와 함께 모운동 마을 속으로 빨려 들어가본다.


마을 가운데 아래 광장 무대로 향하여 본다.


야외 광장 무대(콘서트장)

안쪽으로 이루마 벽화, 백설공주 벽화, 옛 건강원 건물이

하늘 아래 첫동네에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듯...


 

무대 건물 양편에 전시된 구형 폰들~

어떻게 모았는지 동네 사람수에 비하면 무척이나 많은 수이다.

지금은 페광되었지만 예전에 옥동탄광이 있었노라며

오래된 폰들이 증명이라도 하는 듯 줄지어 서있네...


 

야외 무대(콘서트장), '재크와 콩나무'가 그려진 주민의 집


이 마을에 이루마가 찾아와 콘서트를 열었다 하여

이루마의 모습이 피아노 그림과 함께 벽화로 남아있다.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도 벽화로 찾아온 마을~ 


 

이루마와 함께...

가장 오른쪽으로 조금 보이는 집은

건강원 간판을 달고 있는데,

폐업한지 오래되어 간판이 너덜거리는 모습이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곳...


 

 

광장 무대 옆을 돌아가니 모운 경로당이 나온다.

마을의 역사가 궁금하여 이장님댁에 들렀으나 출타 중이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기에

모운 경로당에 들러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경로당에는 마을 안노인 몇 분이 여가를 즐기고 계셨다.

잠시 이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높으시다는 할머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90세이셨는데 눈도 귀도 밝으셔서 대화가 잘 이어졌다.


석탄 산업 활황기에는 이곳이 정말 대단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단다.

마을 입구 안내 이야기에서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당시 인구가 만 명이나 되었고,

지금은 공터인 곳이 많지만

예전에는 성냥갑같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한다.

학교는 물론이고 당구장이 몇 개, 요정이 몇 개,

이발소, 미장원, 극장까지 골고루 갖춰진 곳이었단다.

돈도 아쉬움 없이 쓰며 사는 곳이었다고 한다.

산속 별천지 같은 곳이랄 수 있는...

그러나 옥동광업소가 문을 닫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니

동네의 영화도 소리없이 사그러들었다고 한다.

당시 광부들 중에는 병(진폐증이겠지...)으로

일찍 세상을 하직한 경우가 많았단다.

지금은 30여 가구에 60명 가까운 노인분들이 계시는데,

외지에서 들어온 분들도 계신단다.


할머니의 말씀에 잠시 귀기울인 시간~

당시의 인구가 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이런 산골에 그런 큰 도시도 없었을 듯~

지금은 아무 것도 할 게 없고 나이도 들어 놀고 먹고 산다시며

옛 추억에 잠기는 듯 하신 할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당시에는 온통 작은 집들로 가득했을 이곳이

이제는 드문드문 30여 가구가 남아있을 뿐이다.  


 

노인 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인사를 드리고

경로당을 나와 마을 위쪽으로 향하였다.

건너편 솔숲길 아래로 육종 농가 건물이 보인다.


 

모운정토 앞집 옛 이장님댁

동네의 교회 유아원 교사를 지망하여 이 동네에 들어온 아내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한 전 이장님~

자칭 '나무꾼과 선녀'를 자청했던 분~

한참 벽화를 그리고 동네를 알리던 전 이장님은

이제 이 마을을 떠난 모양이다.

영월읍내로 나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분 덕분에 유명세도 많이 치렀던 동네인데,

주인 잃은 집은 쓸쓸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이곳이 당구장 자리였다고 한다.


  

 

드라마 <짝>을 찍었다는 모운정토

한창 리모델링 공사 중이었는데,

때마침 주인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고

잠시 내부도 구경할 수 있었다.

가족이나 지인의 별장으로 쓸 거란다.

<짝>을 찍었다는 뒷마당, 그리고 장미와 다알리아꽃이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모운정토를 지나 더 위로 향한다.

옥광교회 가는 길과 양씨판화미술관쪽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옥광교회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옥광교회 가는 길





옥광교회와 주민의 집들

주인이 있나 없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에 놀라 얼른 내려온다.

역시 조용한 곳에 개 짖는 소리는

사람이 산다는 걸 말해 준다 느끼면서...


   

양씨판화미술관쪽으로 와 본다.

주말인데도 문이 닫혀 있는 걸 보니

양씨판화미술관은 문을 닫은 모양인지...


 

양씨판화미술관 옆 메이하우스라는 이름이 걸린 이 집은

모운동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집~


유월의 장미가 이리도 곱게 피어 객을 유혹한다.

집집마다 걸린 우체통도 얼마나 이쁜지~~~


정원도 얼마나 깔끔하게 잘 꾸며 놓았는지

한 번 묵어보고 싶은 집으로 찜도 해 보고...


메이 하우스 앞집은 예전에 옥동광업소의 직원 사택으로 쓰이던 곳...

일반 광원들의 숙소였다는 곳~

고단한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았을 공간...

광원들의 고단함이 저 문틈으로 새어 나왔을까~~~

젊었을 때는 작업의 전선으로 뛰어들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광원 아버지,

세월이 흐른 뒤에는 진폐증이라는 병으로

돌아가신 분이 많았을 텐데......

지금 사람들이 보면 참으로 미련했다 싶을만큼

내 몸을 돌보지 않았던 그분들이기에

남은 가족들의 아픔 또한 가득 남아있을 터이다.


지금은 주인이 바뀌었고,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이야기와 '우리 집에 왜 왔니' 놀이가

벽화로 채워져 있네... 

마당 앞의 꽃양귀비가 옛 영화와 어려움을 붉게 토해내는 듯

잠시 방문한 손님을 맞는다.


더 안쪽에 있는 이 건물은 옥동광업소 간부들의 사택이었다고 한다.

간부 사택이라 그런지 2층이다.

아마 당시로서는 주위에 워낙 판잣집이 많았으니

이런 2층 건물만 해도 번듯하게 보였을 성 싶다.


  

  

마을을 더 돌아본다.

산너머 예밀리로 가는 길과 광부의 길 가는 갈림길을 돌아

옛 모운초등학교 터가 보인다.

광부의 은 동네 탐방을 마친 후에 돌아보기로 하고...


  

 하늘 아래 펜션 맞은 편 골목길로 접어들어 우체국 자리를 지나고~


공사 중인 모운동 교회 앞을 지나가 본다. 

교회 옆 오른쪽으로는 극장이 있었다고 한다.

우체국이며 극장이 있었던 골목인 걸로 보아

당시에는 이 골목이 중심가 역할을 했었던 게 아닐까~~


  

  

 당시의 영화로운 모습은 간 곳 없고

이제는 사람 사는 몇 집, 더러는 빈 집이 보이고,

아예 없어진 집들이 많은 모운동 마을...


 

 

옛 모운분교 자리 하늘아래 펜션

바깥에서 보는 딱딱한 건물의 모습과는 달리

숙소 내부는 매우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주인 부부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펜션...

2~3인실부터 단체실까지 있어 여럿이 와도 좋을 성 싶었다.

주인 부부와 한참 얘기를 나누었다.

모운동의 어제와 오늘, 앞으로의 날들에 대해~~~

마침 지인분이 와 계셔서 함께 수박을 먹으며...


옛 모운분교

지금은 펜션으로 변해서 옛 모습을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넓은 운동장과 주위의 큰 나무들이 지난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모운동 마을 전성기에는 1,000여 명의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였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습이다.

내 어릴적 면소재지 학교 아이들이 그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이 산골에 정말 많은 학생이 다닌 것이다.

1954년 개교한 모운분교모운초등학교 시절을 거쳐

2002년에 옥동초로 통합되면서 폐교되었단다.


김삿갓

한반도면, 무릉도원이나 울진 금강송등은

지역의 특성에 맞게 개명한 지역들이다.

김삿갓면은 하동면에서 바뀐 이름~


 

옛 모운분교를 나와 찻길 옆 벌거벗은 임금님 벽화가 있는 집을 지나다보니

할아버지께서 더위에도 일을 하고 계신다.

통통이 날개 단 천사들은 여전히 모운동에 머물고 있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모운동 마을회관에...

이곳은 옛날 광업소 본관 자리였단다.


이 건물은 옛 영화를 알겠지...

오래된 흔적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문이 닫혀 있는 모운동 마을회관~


모운동 마을에서 가장 현대적으로 세련된 모습을 보이는 곳들~

위에서 내려다보는 양씨판화미술관과 메이하우스는

역시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메이하우스 앞의 빨간 자동차~

옛 옥동광업소가 있던 시절을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지만

지금의 메이하우스와는 너무도 잘 어울리네...


옥동광업소 기숙사의 모습들도 담아본다.

앞쪽 오른쪽이 일반 사원 기숙사이고

가운데 뒤 2층 건물이 간부직원 기숙사였다지...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구름이 머무는 마을 모운동(좌)과 옛 판잣집 함석집이 들어선 당시의 탄광촌 모운동(우)


광산업이 한창이던 당시에 탄광 인부 부인들이

이 마을에 오면 네 번 놀랐다고 한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덜컹거리며 넘어야 하는데 놀라고,

막상 와서는 마을 전체의 번쩍번쩍한 야경에 놀라고,

자고 일어나서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성냥갑 같은 집들을 보고 놀라고,

식료품을 사러 갔다가 돌아올 때 집이 똑같아서 찾기 어려워 놀랐다는...

그 시절 이야기가 우스갯소리가 아닌 진짜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지금의 우리는 놀랄 뿐이다.

이제는 사진에서조차 대하기 어려운 당시의 상황에...


1989년 폐광 이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2002년에는 모운분교도 폐교되었다.

당시의 영화를 그대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전 이장님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폐광촌에서 동화마을로 거듭난 모운동 마을...

2008년에는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전국대회에서 대상,

슬로시티로도 선정된 마을이다.

SBS TV프로그램 <짝>의 배경인 애정촌이 방송을 탔고,

<버디버디>라는 드라마의 배경이 되기도 한 모운동~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인지

산 속의 고요 속에 숨어있는 모습이었다.


모운동 마을을 돌아보면서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어려운 일을 마다 않고 뛰어들었던

지난날의 산업 역군이 살아온 발자취가 느껴졌다.

그런 용기와 인내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힘든 일이 있어도 꿋꿋이 버텨나갈 수 있는

용기와 인내 또한 배우게 하는 계기가 되었음 하는 마음...

또한 앞으로는 미국의 캘리코 은광촌처럼

사라지지 않는 발자취로 남아있길 기원해본다.

(2018.6.23.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