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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부산 대구 경상

[경남 통영] 겨울의 끝에서 만난 청마 문학관과 유치환 생가

[경남 통영] 겨울의 끝에서 만난 청마 문학관과 유치환 생가

 

지난 겨울의 끝무렵에 함양, 진주를 거쳐 통영에 다녀왔다.

통영은 꽤 여러 번 가 본 곳이지만

아직도 다 돌아보지 못한 곳인 듯 싶다.

이번에 돌아본 통영여행에는

유치환과 김춘수 시인의 문학관이 포함되어 있다.

 

 

 

유치환 (柳致環 1908~1967)

 

시인이자 교육자.

 호는 청마(靑馬). 극작가 유치진의 아우.

외가인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고,

 초등학교 입학 전 경남 통영 본가로 가서 성장. 

1931년,  《문예월간》에 〈정적〉을 발표하면서 등단.

1939년,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를 발표.

생명파 시인, 허무와 애수를 표현한 시가 대부분.

경주고, 대구여고, 경남여고  등 중고교 교장으로 재직.

통산 14권에 이르는 시집 수상록 간행.

1967년, 부산 남여상 재직 중 교통사고로 사망.

 

* 시집 :〈청마시초>, 〈생명의 서>, 〈보병과 더불어〉, 〈울릉도>,

〈예루살렘의 닭〉, 〈청마시집〉,  <유치환선집>,   <미루나무와 남풍>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등

* 대표시 : 〈깃발>, 〈행복>,  <바위> 등

* 서간집 :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청마 문학관 가는 길

아래 주차장에 차를 대고 경사가 심한 계단 언덕길을 오른다.

 

 

청마 문학관

 

2000년 2월, 망일봉 기슭에 문학관과 생가를 복원 개관.

원래 청마 생가는 통영시 태평동 522번지,

생가 부지에 복원의 어려움이 있어 이곳에 복원.

 

전시관에는 '청마의 생애',

 '청마의 작품 세계',

청마가 사용하던 유품들,

청마 관련 평론, 서적 논문을 정리한 '청마의 발자취',

'시 감상코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영만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청마 문학관

 

이곳에 오르니 학창 시절에 접했던 청마의 시들이 생각났다.

생각해 보니 청마의 시가 우리 교과서에 꽤나 많이 등장했던 듯 싶다.

그 중 몇 편을 이곳에 옮겨 본다.

 

 

 

깃발 /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청마 문학관과 언덕 위의 생가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언덕 뒤로는 통영기상대가 보인다.

 

 

청마 생가

 

 

울릉도 /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 거나

 

금수(錦繡)로 구비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한 물구비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청마 생가

 

 

청마 생가 위에서 통영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청마 생가

 

 

언덕 위에 위치한 통영기상대

 

 

통영기상대에서 내려다본 청마 생가와 문학관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

 

(중략)

.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통영여중 교사 시절에 만난 동료인 이영도 시인에 대한

애틋한 사랑의 편지 5,000통...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부남과 사별한 기혼녀의 만남이어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사랑할 대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진정 행복했을 것이다.

 

 

 

통영기상대에서 통영 앞바다를 내려다보며...

 

 

여행 중 내내 흐려서 아쉬움이 많았다.

그런만큼 돌아와서도 그리움이 더 컸던 통영에서의 시간들...

 

 

그리움 /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정운 이영도에게 보낸 청마의 수많은 편지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에 서간집으로 세상에 나왔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청마와 정운...

이승에서는 마음대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저승에서는 이루었을까~~~

어쩌면 이루어질 수 없었기에 그렇게 애절한 시들이 탄생되지 않았을까... 

물론 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통탄할 일인지...

 

청마 문학관과 청마 생가

 

 

 

학창 시절에 청마의 시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부분 그의 시에 감동하기도 하며 몇 작품 정도는 외웠을 것이다.

청마 문학관과 생가를 찾고 보니

오래 잊고 있었던 그의 시들이 다시 가까이 다가오고

젊은 날의 기억을 되찾은 것처럼 기뻤다.

 

청마는 중고교 교장으로도 오래 재직하였는데,

경남여고와 대구여고 교장을 지낸 청마는

여학교 교육, 모성의 교육을 중요시하는 의미의 교훈을 짓기도 하였다.

두 여학교의 교훈 내용이 같다는...

 

이렇게 시인으로서 교육자로서 많은 흔적을 남긴 청마는

1967년(부산남여상 교장 재직 중) 뜻하지 않은 교통 사고로 세상을 떴으니

문단의 큰 별로서의 청마의 최후가 아쉽기만 하다. 

 

 

2014.02.28(금)

 

[ 청마 문학관 ] 

* 055-650-4591

* 경남 통영시 정량동 8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