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서천 마량리 동백꽃과 주꾸미 만나기

 

서천 동백꽃과 주꾸미 만나기

 

당진 영랑사를 나와 태안의 신진도로 향할 생각이었으나 바람이 워낙 거세서 유람선 타기를 포기하고 원 계획을 수정하여 태안읍내의 몇 곳 문화재를 먼저 탐방하기로 하고 이어서 서천 동백꽃과 주꾸미 만나기를 청하였다. 몇년 전부터인가  3월말과 4월 초 동백꽃이 피고 주꾸미가 제철일 때쯤 서천의 마량리를 찾곤 하였는데, 올해는 작년에 이어 추위 때문에 이른감이 있어서 동백꽃을 제대로 못 볼 것이 뻔하다. 하지만 어쩌랴~~~ 4월까지 다른 계획이 잡혀 있으니 당겨서 가는 수밖에... 

 

당진에서 서천까지는 제법 먼 거리... 도중에 태안의 문화재 몇 가지를 둘러보고 해지기 전에 동백숲을 만날 심산으로 길을 재촉하였다. 춘장대IC를 빠져나가 낯익은 길로 접어든다. 조금만 우회하면 비인오층석탑을 만날 수도 있는데, 옆지기는 뭐하러 거길 또 가냐며 그냥 가고 싶은 길로 휘리리 가버린다. '그래... 못 본 것도 아닌데, 어느 한 가지는 내가 양보해야 할 것 아닌가!' 아직은 길가의 벚나무가 꽃망울을 보이질 않아 섭섭하다. 그러나 저수지 푸른 물은 예전처럼 반긴다. 아~ 그리고~~ 밀물 때인지 바닷물이 마량리 동네 앞까지 깊이 들어와 있다. 정박 중인 어선들의 모습이 정겹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동백정쪽으로 향하였다. 아직은 바람이 차가운... 옷깃을 여미며 동백에게로 다가가니 한 나무에서만 꽃이 제법 보일 뿐 대개의 나무들은 겨우 꽃망울만 달려 있다. 저녁 무렵인데도 사람들이 오가니 사진 찍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바람은 시베리아처럼 강하니 몸 추스리기조차 힘든 상황... 에라~ 그냥 구경이나 대충 하지 뭐...

 

 

천연기념물 제16호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 숲 (서천 馬梁里 동백나무 숲)

 

이 숲은 이곳에서 500m쯤 떨어진 마을의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기능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설에 의하면 약 300년 전 이 지방의 관리가 꿈에서 바다 위에 떠 있는 꽃다발을 보고 바닷가에 가보니 정말 꽃이 있어서 가져와 심었는데, 그 심은 꽃이 현재의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1월에 이곳에 모여 제사를 올리며 고기잡이에 재앙이 없기를 빌었다고 한다. (문화재청 자료에 의함)

 

 

 

문화재청 설명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거나 전설이라니...

 

 

동백정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으로 보이는 저 한 그루 말고는 거의 말짱한 상태다.

 

해질 무렵의 마량당집과 동백정

몇해 전 마량당집 바로 옆의 한 그루가 얼마나 크고 탐스러운 동백꽃이 피었던지...

지금까지도 그 꽃 자태를 잊지 못 한다.

지지난 해부터였던가~~ 극심한 추위에 그 동백잎이 얼어서 멀리서 보면 꼭 가을 단풍이 든 것 같은...

 

동백정에서 본 풍경.

바다 위로 해가 내려앉고 있다.

 

 

동백정에서 내려와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다.

 

파도가 예사롭지 않다.

 

출사 나온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바닷가 방파제 언덕 위에도 사람들이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왕 늦은 김에 해가 수면 아래로 떨어지길 기다리며...

 

 

구름이 걸쳐 지나가고...

 

곧 해가 떨어지리라...

가슴졸이며 기다리는데, 난데없이 파도가 들이쳐서 카메라를 습격해 버린다.

 

깜짝 놀라 렌즈를 닦고 들이대니 이미 해는 물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고...

 

바람과 싸우며 기다린 보람도 없이 그렇게 해를 보냈다. ㅠ.ㅠ

 

이 날 바람은 전에 없이 강했다.

바다를 집어삼키고도 남을 듯한 강풍 때문에 우리 같은 나그네들은 서둘러 그곳을 떠나야 했고, 손님 맞이에 바빠야 할 축제장은 고역을 치르는 모습... 

 

2012.03.24(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