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부모님과의 제주나들이 셋째날
- 약천사, 구 육군제1훈련소, 용두암 해변
셋째날 아침, 돌아가는 날이다.
아쉬운 마음에 아버님께 여쭈었다.
예전에 훈련 받았다는 곳이 어딘지 기억해 보시라고...
그동안 제주도에서 훈련 받았다는 것만 알았지
그곳이 어디인지를 기억하지 못하셨는데,
모슬포라는 것을 어떻게 용케 기억해 내셨다.
그렇다면... 다른 곳을 빼고 거기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대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그쯤 어딘가에 있었다는 것만이라도 느끼시도록...
숙소에서 나와 아침을 먹으러 전날 갔던 해장국집에 들렀다.
부모님이 모두 좋아하던 음식점이라 다시 들렀다.
아버님은 호불호가 딱 부러지는 분이라 그집 음식을 아주 마음에 들어하셨던 것...
게다가 돌아가면 그 음식점을 아는 분들께 꼭 소개하겠다고~ㅎㅎㅎ...
식사를 한 후 식당 옆 귤가게에 들렀다.
귤 두 박스 주문하고~
귤 가게 주인이 제주도 토박이라는 말에 모슬포 육군훈련소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이분이 그걸 알고 있었다.
젊은 분이라 기대도 안 했는데...
아버님은 옛 이야기를 꺼내셨고, 이분으로부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병부대로 바뀌었다는 구체적인 사실까지 알아내고는 무조건 고고~~~
'이런 일도 있구나!'
약천사
숙소쪽에서 모슬포 가는 길에 있는 약천사에 먼저 들렀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실 것 같아서...
밖에서 보면 3층 건물이지만 내부는 하나의 통으로 된 거대한 법당이다.
유난히 화려하게 꾸민 법당.
2층에는 더 많은 부처들이 모셔져 있다.
약천사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절이다.
엄마는 이곳에서 절을 몇 번 하셨다.
약천사에서 나와 송악산으로 향하였다.
저곳은 산방산, 그곳에 산방굴사도 있고...
해안가로는 용머리해안이 보이고, 그 앞쪽으로 하멜 상선이 보이네요...
약간의 설명을 곁들여가며~~~ 송악산쪽으로 향합니다.
제주 송악산 해안 일제 동굴진지 (濟州 松岳山 海岸 日帝 洞窟陣地)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대고 간단하게 설명을 곁들입니다.
일제강점기 말에 일제가 저곳에 해안 동굴진지를 구축했다고...
최근에는 '대장금' 드라마 일부도 찍은 곳이라고...
제주 송악산 해안 일제 동굴진지는 1945년 무렵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며 일제강점기 말 패전에 직면한 일본군이 해상으로 들어오는 연합군 함대를 향해 소형 선박을 이용한 자살 폭파 공격을 하기 위해 구축한 군사 시설이다. 그 형태는 ‘一’자형, ‘H’자형, ‘ㄷ’자형 등으로 되어 있으며, 제주도의 남동쪽에 있는 송악산 해안 절벽을 따라 17기가 만들어졌다. 제주도 주민을 강제 동원하여 해안 절벽을 뚫어 만든 이 시설물은 일제 침략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함과 더불어 전쟁의 참혹함과 죽음이 강요되는 전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 문화재청)
동굴진지 일부가 무너졌네요.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모슬포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모슬포로 이동 중에 비석이 하나 보여서 자세히 보니 제29사단 발상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아버님께 말씀드리니 29사단이 제주에 있었다고 하신다.
모슬포에 도착했다.
군부대는 내비로는 검색이 되지 않기에 동네 어른들께 여쭈었다.
어르신들 말씀에 방언이 많이 섞여서 말이 완전히 통하지 않아서 조금 헤맸다.
바로 코 앞에 두고 다시 물어서야 그 해병부대를 찾았다.
아버님이 훈련을 받았던 그 장소에 다시 서다...
입구에서 근무 중이던 군인에게 옛 이야기를 꺼내고는 옛 훈련장소를 보고 싶다고 했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상부에 보고를 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있으니 문을 열어 주어서 부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신분증을 맡기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버님은 자랑스럽게 국가보훈증을 맡기셨다.
구 육군 제1훈련소
등록문화재 제409호 제주 구 육군제1훈련소 지휘소 (濟州 舊 陸軍第一訓練所 指揮所)
이 건물은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건립했으나, 광복 후 제주도에 창설된 우리나라 육군 제1훈련소의 지휘부로 사용되었다. 외부의 대칭적 모습과는 달리 내부는 비대칭적으로 공간의 성격과 기능에 맞추어 공간을 구획하였고, 공중 화장실과 같은 공간을 내부에 설치한 것은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형태이다. 한국전쟁 당시 많은 장병들을 훈련시켜 적을 방어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한국전쟁의 대표적 상징물로서 그 의미가 크다. (출처 : 문화재청)
부대 안이라 사진을 찍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
이 건물만 촬영 가능...
현재 내부는 사용되지 않고 비어 있는데,
앞으로 기념관이나 박물관 등으로 후손에게 교훈을 주는 장소로 쓰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당시의 내무반은 다 없어졌지만
하나의 건물로 된 내부 내무반 공간 왼쪽 끝머리가 당신이 누웠던 곳이라며
옛날을 회상하셨다.
공중 화장실
부대 장병과 옛 이야기를 하시는 아버님...
부대 앞 길 건너에는 '평화의터' 비가 서 있다.
아버님이 군대가 간 것이 1953년... 6.25가 끝나기 전이었다.
당시에는 군대에 가면 거의 죽는 걸로 생각을 했고,
마을에서는 그 장병을 위해 동네 잔치를 열어 주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님은 운이 좋게 후방인 부산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
다친 데 없이 무사히 전역하게 되었다고 한다.
거짓말 같지만 현실이었던 옛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평화의 터 비 옆에 세워진 탑들.
왼쪽부터 해병대, 해군, 육군, 공군을 상징하는 표상탑이다.
공항쪽으로 가는 길에 신비의도로(도깨비도로)에 들렀다.
차에 가만히 앉아서 오르막으로 보이는 내리막길을 체험하고
용두암해변으로...
용두암 해변
마지막으로 바다를 한번 더 보려고 들른 용두암...
부모님과의 이번 제주여행은 끝이 났지만 마음 감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께서 12주간 훈련을 받았던 그 훈련소~
아버님도 같이 간 가족도 모두 가슴 짠한 감동으로 남았기에...
너무 바쁜 날들~
이웃 블로그님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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