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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세계/중국

2005.07.21 북경 내몽고 1(인천~북경~내몽고 호화호특)

 

 

 

< 제 1일 = 2005년 7월 21일 >

 

 

   새로운 세계에 대한 아련한 선망 같은 것이 언제나 나를 사로잡기에 가끔은 나를 일상에서 떠나게 한다. 이번 일주일간의 여행에서 절친하지 못했던 사람들과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 될 것이다. 그 동안의 경험에서 깨달은 사실이다. 동지 의식을 갖기에 충분한 것이 함께 여행하고 잠자는 일임을 잘 알기에 더 가슴이 뛴다.

 

 

   오전 시간이지만 인천공항엔 출국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출국신고서를 작성하고 짐도 부쳤지만 출국 심사대에서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건만 수속 시간이 많이 걸린 탓에 면세점에서 머무를 시간이 너무 짧다. 나들이 때마다 그렇듯 면세점에서 뭔가를 장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듯한 마약 같은 힘에 이끌려 주어진 짧은 시간에 쫓기듯 쇼핑을 했다.

 

 

   드디어 이륙!

   멀리서 보면 거대한 물체가 움직이는 형상이 어떨까? 타조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그런 모습이랄까 비행기는 인천공항 활주로를 그렇게 벗어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작아지더니 어느새 비행기는 구름 위에 조용히 올라앉는다. 하얗게 펼쳐진 구름밭이 절묘한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여행할 때의 기분은 언제나 설렌다. 아니 갈수록 설렘의 강도가 더 커진다고 함이 옳겠다. 속으로만 탄성을 지르고 감흥도 삼키며 밖을 주시했다. 거대 물체는 새로운 땅에 대한 환희 같은 걸 느낀 듯 가벼운 기분으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우리는 힘 안 들이고 구름 위에 사뿐히 올라앉아서 황해를 건너 산동반도를 지나고 천진을 지나 북경수도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세상 참 좋구나!

   북경까지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니…….

 

 

   우리의 첫 목적지는 내몽고 호화호특(호시), 중국 국내선으로 갈아타려고 나가니 우락하게 생긴 북경 가이드가 우리를 맞는다. 사람을 겉만 보고 평가하면 안 되는데……. 보딩 후 비행기 안에서도 30분을 기다린 후에야 이륙을 한다. 관제 시설과 활주로 시설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 공항 시설은 국제적인 수준이나 그곳은 그렇지 못함을 느꼈다. 북경에서 호시까지의 거리는 서울 부산간 거리보다도 먼 약 690km, 그곳 시각으로 17시 (한국보다 한 시간 늦음) 호시에 도착했다. 내몽고 가이드인 조선족 심은화씨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은화씨가 알려 준 대로 기사 분에게 인사도 건넸다.

   ‘저(성이 저씨임) 쉬푸(기사, 아저씨란 뜻)’

 

 

   저녁은 mongolian 식당에서 양고기 샤브샤브로 한상 받았다. 몽고 전통 방식의 길다란 고깔 같은 걸 덮어둔 그릇에 육수가 담겨 있는데, 양고기와 야채를 익혀 먹는 요리였다. 한국판 신선로랄까. 고기 양이 얼마나 많던지 먹어도먹어도 줄지를 않았다. 양고기 냄새인지 뭔지도 모를 특유의 향을 느끼며 몽고왕 술을 입 안에 품으니 그 또한 입 속이 아리다. 양고기 몇 점에 야채만 자꾸 가져와 먹었더니 그 걸로 배가 채워진다. 나중엔 국물에 특유의 냄새가 배어 더 이상 먹지를 못하고 수저를 놓았다.

   “샤우지에(소저小姐, 아가씨), 차수웨이(차).”

   “샤우지에, 수웨이(물).”

   “광천수웨이(광천수=파는 물).”

   타국에 가면 늘 하듯 몇 마디 배운 거 잊기 전에 써 먹느라…….

   고맙다는 뜻으로 탁자를 세 번 두드리는 것이 그곳 예의라길래 차를 부어줄 때마다 웃음 지으며 탁자를 세 번씩 두드려 주었다.

 

 

   바깥으로 나가니 실비가 손님을 맞는다. 넓지만 척박한 땅, 그곳에서 비는 반가운 선물이란다. 우리는 일부러 비를 살짝 맞았다. 호텔에 들어가니 긴 항해를 끝낸 후의 안락한 느낌. 내몽고 지역에서는 한국과의 직통 전화가 어려워 집에 연락도 못하였다.

   전화 기다릴 텐데…….

 

내몽고의 주도 호화호특(호시).

실비에 렌즈 사이로 송송 이슬이 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