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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그 흔적들-국내/서울 인천 경기

2008.06.14(토) 대딩친구들

   2008.06.14 대딩친구들 6명 모임 - 서울 호텔신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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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6월의 둘째 토요일인 14일 13:40 호텔신라에서 대딩친구들 6명 모이다.
은영씨 집안에 혼사가 있어 참석차 상경한 김에 몇몇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


집에서 호텔신라까지 넉넉히 한 시간은 걸리는지라 12:30에 집을 나섰다.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를 빠져나와 장충체육관을 끼고 돌아 호텔 정문으로 들어서니 호텔 셔틀버스가 기다린다.  저 높은 계단을 어찌 올라가나 걱정을 하던 차라 내심 잘 되었다 싶었다.

로비에 들어서니 때마침 도착한 은영씨가 나를 불렀다. 반갑게 악수를 하는데 먼저 온 자경이와 덕주가 우릴 보고 자리에서 나와 같이 인사를 나누었다.

참 오랜만의 만남... 모두들 얼마만인가! 그 긴긴 세월 아리따운 청춘을 다 보내고 중년이란 이름으로 만났으니 세월의 덧없음을 느낄만도 하지 않는가!

로비에서 잠시 얘기나누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호두씨와 현애를 기다렸다. 주차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모양...

주차 시간이 너무 길다 생각하며 연락하니 두 사람은 이미 룸으로 들어가 있단다.  헉~ 우째 이런 일이~~~.  우린 두 사람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더 파크뷰 뷔페 룸 6인실. 특별히 룸을 예약한 터라 속닥하고 조용한 공간에서 우리들만의 단촐하고 편안한 수다를 즐길 수 있었다. 시간과 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서로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다던 친구끼리도 오가는 몇 마디의 말에 금세 편한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세월은...  우리 모두를 편한 친구로 만들었다.

뷔페에 차려진 음식들, 사실은 입에 맞는 게 별로 없었다.  어릴 때부터 입에 익은 맛에 길들여져서 그런 것 ㅋㅎ. 호텔뷔페는 대부분 비싸기만 하고 먹을 게 없어서 평소엔 잘 이용하지 않는다. 가끔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어쨌거나 친구 덕분에 비싼 호텔 뷔페에 가서 귀한 요리도 맛보았으니 고마운 일이다. 분위기에 맞춰 레드와인 한 잔씩 곁들여 건강을 위해 건배도 하고... 

그런데 비싼 뷔페에서 쏜다던 은영씨, 웬걸 거기서 김치를 찾는다 ㅎㅎ. 외국인의 출입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김치는 백김치류만 있더라만 기어코 배추김치를 갖다 달라고 요청. 역시 한국인이구먼 ㅋㅋㅋ.

호두씨 왈, '안동 촌에서 갑부 한 사람 올라왔다', '우리들이 어떤 관계일 것 같냐' 등 짓궂은 한마디...  덩달아 우리도 알아맞혀 보라고 거들고...  룸서비스하는 아가씨는 자못 우리들의 관계가 궁금했을 것이다. 우리는 끝내 대학동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무슨 감출만한 비밀스런 일도 아닌데 말이다. 거기서 두시부터 네시까지 두 시간 정도 있었나보다.  거금 쓴 은영씨, 2개월 용돈 넘게 써 버렸다나요. 몇 달 허리띠 졸라매고 살아야겠구먼 ㅎㅎ. 

 

뷔페 룸 정한 시간이 다 되어가니 무조건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은영씨의 제안이 이어졌다. 백주대낮에 무슨...  하지만 어쩌랴...  촌에서 보리쌀 팔아 상경했다는데...  5명이 하나를 못 이기고 룸서비스하는 아가씨에게 호텔에 그런 장소가 있는지를 물으니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할 수 있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있기는 있다는 것이다.  대낮에 그것도 맨정신에 무슨 노래냐고 다들 한마디씩 하였지만 막무가내인 은영씨 때문에 할 수 없이 그곳을 안내해 달라고 하였다.

 

미로 같은 곳, 룸넘버도 네임도 없는~  문인지 벽인지도 구분이 되지 않는 곳~  그곳에 넓은 장소가...  밖에 나갔다 찾아오려면 꽤나 고민하며 와야 할 듯한 곳...  바깥으로 노랫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설계를 한 모양이라 문을 하나 더 거쳐야 되는 곳이었다.    높고 커다란 잔에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어차피 주어진 시간이니 모두들 열심히 불렀다.  

잔에 남은 맥주의 양 조절하며 이 잔 저 잔 비율 맞추며 흥이 난 호두씨,

신나고 열정적인 노래를 부르던 자경이,

어디서 고리짝 노래를 찾아냈는지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재미있는 노래를 선사한 덕주,

열심히 박수 치고 노래하며 분위기 맞춘 현애,

오랜만에 젊디젊은 시절 젤 좋아하던 노래 찾아내어 한 곡 뽑은 나...

백뮤직이 좋아서 모두들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니 그 길게만 생각되던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비싼 곳에서 놀았으니 비싼 값 하느라고 컵도 하나 깨고 ㅋ...  계산할 때 보니 거금이 나왔다.  하긴 열두어명이 좀 좋은 가요방에 가면 엄청 나오더라만...  그렇게 따지고 보면 비싼 건 아닌 것 같았다.  잽싸게 계산한 호두씨, 모습처럼 동작도 빨라요.   어쨌거나 덕분에 우리들은 친구 덕분에 잘 먹고 잘 놀았담다.

언젠간 우리도 한 턱 쏠 기회가 있겠지......

 

식사 두 시간, 노래 두 시간 총 네시간을 신라호텔에서 보내고 강남으로.  호텔 주차장에 마냥 차를 세워 둘 수 없어서 호두씨집 주차장에 파킹하고 그 근처에서 남은 시간 보내기로 하고 호두씨와 현애 차로 이동.  한남대교 넘기가 왜 그리 힘들던지...  20분 걸린다더니 웬걸 한참을 더 걸렸다.

 

1시간쯤 걸려 도착하여 차 대고...  은영씨는 또 노래 타령.  무슨~~ 노래에 포원이 졌나~~~  우리는 호두씨 동네에 있다던 7080라이브카페에 가기로 하고 열심히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없어진 모양...  이를 어째 ㅠ.ㅠ...   커피나 마시려고 한 곳에 갔으나 술만 판다고 해서 역시 허탕을 치고...  그랬더니 저녁을 꼭 먹어야겠다는 것이다.  다른 친구들은 배가 그냥 그득한데 촌 사람은 다르다ㅋ..  할 수 없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 찾아서 콩나물북어탕과 수제비해물탕 시켰다.  옆에 노래방이 있더라만 시설이 안 좋다며 꼬셔서 밖으로(사실은 노래방에서 좀 벗어나려고 ㅎㅎ)...  숨 좀 돌리자며 잠시 공원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시간은 흘러 저녁 9시, 촌에서 보리쌀 팔아 올라왔다는데 원하는 거 안 들어주면 두고두고 원망할 것 같아서 근처 다른 노래방으로 이동.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실내가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  모두들 아는 노래는 다 꺼내 부른 듯.  한 번 부른 곡은 다시 부르기 없기로 정한 덕분에...  그런데.. 아무래도 호텔노래방과는 달리 백뮤직이 시원찮아서 노래가 영 안 되었다. ㅍㅎㅎ~~ 

이날은 내 생애 최고로 오랜 시간을 노래하며 보낸 날이 되었다.  잘 부르지도 못하는 노래를 줄기차게 부르려니 입이 마르고 목이 뻐근할 정도... 

 

어쨌거나 시간은 잘도 흘러 밤 10시. 모두 헤어져야 할 시각...
호두씨는 집이 거기니 편하게 집으로(다음 날 아들 면회는 잘 다녀왔는지~~~?),
덕주와 자경인 같이 분당으로(너거도 안 하던 짓 하느라 많이 힘들었제?),
난 현애 차에 은영씨와 같이 동서울터미널로(현애야, 운전하느라 수고 많았어).
동서울터미널에서 셋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은영씨, 새벽에 잘 들어갔죠?).
친구 덕분에 하루 원없이 놀았다.

 

인간에게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우리들은 인생의 봄을 다 보내고 이제 가을 들녘에 서 있다.
봄날은 그리도 따스했는데......
참 긴~ 하루! 그러나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처럼 빨랐던 시간!!!
앞으로 언제 그런 시간이 또 올까???
친구라는 이름으로...... (*.~)/

 


내 지인의 후배인 박상봉님의 시집 ‘카페 물땡땡'에 실린 아래 시가
중년이 된 우리들에게 참 가까이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같이 올려 봅니다.


친구 / 박상봉


반갑다 친구야,
우리 다시 만나 살가운 정 뜨겁게
느껴본 것이 얼마만의 일이던가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
졸업사진을 찍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차마 버릴 수 없는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고
뿔뿔이 흩어지던 날의 기억 잊은 듯 했는데
세월 흐른 뒤에도
추억은 몸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도꼬마리 같아서
세상에 비 오고 눈 내릴 때마다
낡은 흑백앨범을 자꾸 들추게 하고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생 녀석이
반갑게 손잡고 가까운 찻집으로 이끌던
그 따뜻한 손길이 자꾸 그리워지는 것이다
거친 폭포 뛰어넘고 강물 거슬러 오르며
숨 가쁘게 살아온 세월의 속주머니 뒤집으면
기억날까 친구야,
한때 우리 곁에서 빛나던 시간들
운동장에 홀로 그늘을 만들며 자라나던 느티나무
낡은 목조건물 푸른 지붕 위로 해 넘어갈 때
어린 마음에도 아름답기 그지없던 저녁노을
소중한 추억 가슴에만 묻어 둘 수 없어
우리 다시 만나 뜨거운 가슴 부둥켜안고
언젠가 부르다가 만 그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