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그 흔적들-국내/광주 전라

[전북 임실] 섬진강을 따라서 3... 김용택 시인 생가 마을

낭만방랑자 2013. 3. 27. 23:38

[전북 임실] 섬진강을 따라서 3... 김용택 시인 생가 마을

 

 

섬진강 중에서도 경관이 뛰어나다는 곳~

임실 덕치면의 진메마을~천담마을~구담마을...

그 중 김용택 시인이 나고 자랐다는 진메마을에 들렀다.

시인의 생가가 있는 동네 앞길이 예전에는 좁은 비포장길이었는데,

지금은 포장이 잘 되어서 승용차도 들어가기 쉽다.

시인이 자연을 벗삼아 지나다니며 시심을 불러일으켰을 길이 이제는......

나그네로서는 이동과 접근이 쉬워졌으나

아스팔트와 시멘트 문화로 바뀌고 있어 조금은 아쉬운... 

이곳 섬진강을 따라 자전거길도 만들어져 있다.

자연과 순수를 잃을까 살짝 걱정이 앞선다.

 

* 전북 임실군 덕치면 장암리 장암2길 16(진메마을=진뫼=장산)

 

김용택 시인의 생가와 집 입구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김용택 시인의 생가와 집 입구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진메마을 앞 길에는 큰 느티나무가 두 그루 있는데, 그 중 한 그루이다.

 

 

 

섬진강 1  /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이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 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

 

사람의 온기가 식은 듯 조용한 시인의 생가

 

김 시인님이 지금은 전주에서 사신다는 이웃 어른의 얘기를 전해 듣고 가볍게 집을 돌아본다.

안쪽에 문패가 붙어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글씨는 서재인 관란헌

 

창고인 듯한 이 건물은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표정

 

마당 한켠의 장독대에는 장독이...

 

담벼락 한쪽에 시비가 하나 서 있다.

 

 

느티나무쪽에서 바라본 모습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어느 봄 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당신

 

동네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

 

염소 몇 마리가 휴식 중이다. 

 

동네 앞에 놓인 다리. 섬진강 따라 걷기 코스가 되는 모양이다. 

 

마을어귀의 느티나무.

동네 앞에 서 있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 중 다른 한 그루이다.

이 나무는 김용택 시인이 직접 심은 거란다.

나무 아래에 매끄러운 의자바위가 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왼쪽으로 보이는 나무 옆으로 시멘트 포장길이 보이는데, 저곳이 김용택 시인의 생가 입구 길이다.

 

 

그랬다지요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사는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진메마을에서 덕치초등학교쪽으로 넘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풍경.

가운데 산 아래로 덕치초가 보인다.

 

위의 사진에서 덕치초등학교 부분을 확대한 모습.

김용택 시인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덕치초.   

 

 

봄날 / 김용택


나 

찾다가 

텃밭에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아아들과 오래도록 지내서인지

수줍고 정겨운 섬진강을 닮아서인지

시인의 언어는 순수하고 참 쉽다.

 

  

2013.03.23(토)